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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학교 3주 차 후기

소방학교 일기라고 해서 여기 있었던 일들 구구절절 다 적지는 못하지만(내가 누군지 특정되기에.. 물론 이걸 보면 나를 아는 사람은 알지도?) 주된 기분만 적어볼까 한다.


한 줄 요약?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여기서는 핸드폰 볼 시간도 없다. 이번에 축구했다던데 나는 지쳐버려서 축구 볼 기분도 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스케줄이 많이 타이트하다. 옛날에는 소방학교 다니면서 대학원도 다닐까?라는 얼탱이 없는 생각을 했었지만 택도 없다. 모든 현생을 소방학교에 올인해야 한다. 피티로 몸도 매우 고달프다.


피티 열외하는 사람이 종종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나도 안 하고 싶다는 간사한 마음이 스멀스멀 들 때가 있다. 처음에도 힘들고 마칠 때도 힘든데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어느 순간 뭐라도 하게 되어있더라. 어느 긍정적인 아무개는 무료로 크로스핏 시켜준다 생각하라는데.. 그건 모르겠다.




내가 여자라서 소수가 되다 보니까, 남자 간호사의 마음을 조금은 알 거 같다.


그나마 말 붙이는 남자 사람들이랑은 편하게 대화하는데(예를 들어 상대방이 살가운 성격이라던가,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같은 구급특채 거나 하면..)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이랑 말할 게 없다. 상대방이 말을 붙여주는 거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내가 살가운 성격이 아니니. 소위 말하는 남간호사의 여성화가 그들이 살기 위한 발악이라는 걸 느낀다. 그런데 난 이렇게 살래.. 하하..


몸이 힘드니까 짜증이 늘어난다. 그래서 다들 예민해지는데 그거에 대해 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뭔가를 못하면 단체로 기합을 받으니 거기에 오는 스트레스도 크다. 나도 못하고 싶어서 못하게 되는 게 아닌데. 그 누군가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또 몸이 힘드니까 스트레스의 악순환.


그래도 지내면서 느끼는 보람도 있다. 내가 남들보다 많이 뒤처지는 게 있긴 한데 그래도 도움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거에 울컥할 정도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간호사 때 같았으면 욕 처먹고 등짝 맞았을 텐데 말이다.


체력이 약하니까 볼멘소리를 하게 되는 거 같다. 시간이 답일까?


볼지 말지 모르겠지만 이걸 볼 소방공무원 준비생에게 할 말. 상상하는 것보다 힘들 겁니다. 차라리 시험준비할 때가 낫다는 어이 없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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