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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Nov 07. 2023

글을 시작하며

# 인도양의 섬

뉴스에 나오는 인천공항의 모습은 언제나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바람이 서늘해지는 가을쯤에는 나도 기지개를 켜고 싶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계절을 느끼지도 못한 채 침대 머리맡과 책상 위, 소파 옆에는 역사와 여행 관련 책들이 한 권 두권 쌓여갔다. 여행에 대한 갈증은 올해가 가기 전에 해소하고 싶었다. 마다가스카르에 가면 어떻겠냐고 묻는 남편의 제안은 순간 몇 년 동안 한 곳만 보고 있던 나의 시선을 지중해에서 인도양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인도양에는 마다가스카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작은 섬들은 잠자고 있던 나의 욕망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인도양의 섬나라 여행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틀 만에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있는 두 섬인 모리셔스와 레위니옹을 혹처럼 붙였다. 인도양의 큰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를 가지 않는 한, 오로지 레위니옹과 모리셔스를 가기 위해서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레위니옹과 모리셔스의 호텔비와 음식 값을 보니 마다가스카르의 여행 경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현지투어로 나와있는 프로그램의 가격은 말해 무엇하랴, 그리고 사흘 후에는 셈이 빠른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슬며시 세이셸도 끼어 넣었다. 세이셸은 비행기 티켓마저 비싸다. 장기여행을 떠날 때면 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나 에어앤비를 선호하는 나의 취향은 그대로인데 나는 약을 먹었거나, 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게 틀림없다. 두 사람의 비행기 티켓값만 계산해도 천만 원이 넘는다.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먼저 제안한 남편은 화를 내지도 못하고 꿈뻑꿈뻑 눈만 껌뻑인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세이셸, 레위니옹, 모리셔스 세 섬에서 뽑은 경비는 마다가스카르 여행 경비를 웃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크다. 내 생애 최대 여행 경비가 경신되는 순간이었다. 이를 어쩌랴, 고민도 하기 전에 난 벌써 인도양을 항해하고 있었다.            

지도에서 보면 레위니옹 Reunion과 모리셔스 Mauritius는 서쪽 인도양의 큰 섬 마다가스카르 오른쪽에 있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린란드와 뉴기니, 보르네오 다음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와 오른쪽 두 개의 섬은 아프리카 대륙 모잠비크와 같은 위도 상에 위치한다. 레위니옹과 모리셔스, 세이셸에 관한 자료는 서점은 물론이고 인터넷에도 유용한 자료는 많지 않다. 검색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신혼여행지로 모리셔스와 세이셸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는 정도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오른쪽에 레위니옹과 모리셔스, 위에는 세이셸이 위치한다.


언젠가 한 번 레위니옹이 시야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점경 인물인 한 사람이 검정에 가까운 진한 회색과 붉은 갈색이 뒤섞인 척박한 화산의 크레이터로 보이는 윤곽선을 따라서 걷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잡지 안에 있는 작은 사진에서 엄청난 자연이 내뿜는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서 엄습하는 압도감을 동반한 감동은 쉽게 찾아오는 감정은 아니다. 습관처럼 지도에서 레위니옹을 찾아보았고 잠깐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 다였다. 자료가 별로 없으니 레위니옹에 대한 흥미도 서서히 사라졌으며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갖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진에서 느낀 강렬한 첫인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레위니옹보다 더 작은 섬인 대서양의 고도 마데이라를 보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마데이라도 와일드한 검붉은 화산섬이다. 그러나 레위니옹과는 다르게 마데이라를 보면서는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레위니옹보다 포르투갈령인 마데이라의 접근성이 더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서인도양 4개의 섬을 건너가는 것은 옆집 드나들 듯이 쉬울 것 같지만 막상 비행기를 연결해 보니 쉽지 않다. 그나마 모리셔스가 그 지역의 허브 공항 역할을 해주었다. 요즘은 에티오피아 항공이 운행을 해서 선택의 여지가 더 생겼다. 하지만 아디스아바바 공항을 경유하여 세이셸을 들어가려고 하니 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비행기는 막론하고 코비드 관련 서류와 황열병 접종 서류가 필요했다.(23년 8월 기준) 처음 계획대로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삼 사백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모진 아픔으로 시작한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세이셸, 프랑스의 국외 영토인 레위니옹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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