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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Sep 25. 2020

무의식의 싸대기

루페 찾는다고 부시럭대다가 절로 찍혀버린, 무의식의 아이폰 


새벽에 더러 잠을 깬다. 잠의 바닥에 가만히 누웠다가 해초더미에 쓸려 수면에 올라온 것처럼 갑작스럽고 난감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까닭은 잠에서 깬 순간 몸이 살짝 떠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아마 잠에서 빠져나오느라 그런 것이겠지. 

눈을 떴을 때 주변의 밝기를 가늠하면서 동시에 간밤에 어떻게 잠들었는지 행적을 추적해본다. 희부염하거나 먹먹한 어둠 속이거나 둘 중의 하나, 전자일 땐 평범하게 잠이 든 경우고 후자일 땐 술을 마셨거나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할 때다. 그러다 며칠 전엔 처음으로 무의식의 싸대기를 맞았다. 

퍽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누군가 내 뺨을 호되게 내려친 직후였다. 나는 오른쪽을 향해 모로 누워있었는데 왼쪽 뺨이 잠결인데도 얼얼했다. 맵다기보다 압력이 느껴지는 두툼한 손이었다. 충격과 반감으로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사지는 움직여지지 않고 이거 놔 이거 놔 하며 몰아쉬는 내 목소리는 낯설었다. 숨이 잘 안쉬어지고 몸은 결박당한 듯 꼼짝할 수 없었는데 공포를 느끼진 않았고 와중에 노기등등했다. 돌려지지 않는 고개를 왜로 틀며 올려다보니 더벅머리가 삐죽삐죽 보였다. 너 누구야아아아, 하는데 더벅머리가 이히히 웃는다. 눈코입도 없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웃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런 망할.  

그러다 가위에서 풀려나선 아 뭐야 꿈이잖아 하고 슬며시 잠의 바닥으로 내려앉았던 기억. 


총총. 가을이라 머릿결이 한결 후져지는 중. 외출 전에 머리에 팩하고 캡 뒤집어쓰고 앉아 종알종알 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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