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8. 19 스여일삶 뉴스레터 에세이
이 에세이는 2022년 8월 19일자 스여일삶 뉴스레터에 실린 내용입니다. 뉴스레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어요 > https://stib.ee/fUt5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지난주 에세이를 쉬고 인사드리려니 오랜만에 안부를 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금요일 아침에 혹시나 싶어서 집에서 코로나 테스트를 해봤는데 뚜렷하게 한 줄이길래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오후가 될수록 몸살 기운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녁에는 머리도 띵했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테스트를 했는데 역시나 두 줄..! 그렇게 저는 일주일 자가격리를 하고 왔습니다. (토요일이면 해제예요!)
지금 임신 8개월이라 코로나만은 제발, 피해 갈 수 있기를 바랐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열도 크게 오르지 않고, 목만 아픈 증상으로 일주일이 지났다는 것이죠. 임산부는 먹을 수 있는 약이 없어서 열이 오르면 절대 안 되거든요-! 구독자 님도 혹시 아직 코로나에 안 걸리셨다면, 부디! 꼭! 끝까지! 조심하셔요. 요즘은 언제, 어디서 걸리는지도 알 수 없겠더라고요. (저도 여전히 모르겠어요 ^_ㅠ)
무튼, 그렇게 매주 써온 에세이를 한 주 못 보내게 되어서 송구스럽고.. 구독자 분들과 약속을 못 지킨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요즘 나를 일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일까? 글은 왜 쓰지? 컨텐츠는 왜 만들지? 이벤트는 왜 기획하지? 등등이요...
돈이나 외부의 인정, 그런 물질적인 보상 말고 어떤 마음이 나를 움직이는 걸까? 이 고민을 하면서 발견한 감정은 '책임감'이었어요. 사실 저는 20대 때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움직였거든요. '나는 비전공자이고,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부족해...'라는 마음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 대한 약속, 주변 사람들과의 약속... 팀원들이 생기면서는 또 팀원들을 지키기 위한 마음 같은 걸로 제 자신을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제가 커뮤니티를 운영하다 보니 더더욱 이 '책임감'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어요. 스타트업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거나, 스타트업 여성들을 만나거나...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혹시 나의 말 한마디가, 내 행동 하나가 스타트업 여성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지? 싶기도 했고요.
일을 하는 데에는 당연히 책임감이 필요하고, 책임감의 순기능도 많죠. 끝까지, 성실히 무엇인가를 해내는 데는 책임감이 필요하기도 하고,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는 마음이 좋은 결과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단점도 있어요. 너무 무게가 많이 실려서, '재미'있게 일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 많이 하잖아요. 저는 결국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 하기 싫은 일' 사이의 밸런스 잡으면서 일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저에게는 '해야만 하는 일'의 비중이 너무 커진 거죠. 이제는 이 무게를 좀 내려놓고 여유 공간을 확보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구독자 님은 어떠세요? 요새 나를 일하게 만드는 마음은 무엇인가요?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여러 가지 마음들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으셨나요, 저처럼요. 이럴 땐 어떻게 균형을 잡는 게 좋을까요? [이 게시물에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시면 다음 주에 더 이야기를 나눠보아요. 구독자 분들을 일하게 만드는 마음이 뭔지도, 참 궁금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비가 조금씩 오는데 구독자 님이 계신 데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지난번 폭우 때 동작구에서 인생 최대의 비를 맞아본 기억 때문인지 비가 오기 시작하면 '혹시나' 싶네요. 주말도 별 일 없이 무사히 지나길 바라며, 이번 주 뉴스레터 에세이를 마칩니다.
- 무탈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일주일 내내 느낀 지영킹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