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미우새나 좀 보다가 자야지 하면서 무심코 티비를 틀었다가 그 자리에서 넋을 놓고 봤던 드라마스페셜 <우리가 계절이라면>. 불끄고 침대에 기대어 늦여름 적당히 부는 찹찹한 바람을 쐬며 보기에 아주 제격인 드라마였다.
너무 좋아서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푹에 올라온 다시보기로 한 번 더 보고, 다음날에 또보고 오늘 또봤다. 마지막 부분은 몇 번을 봐도 눈물이 주르르르르륵. 사계절 중에서 가을을 제일 좋아하는 나는 가을 중에서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지금 같은 시기를 좋아한다. 뜨거웠던 것을 한 차례 보내고나서 조금 차분하면서도 정제된, 그리고 약간은 시린듯한 감정이 몰려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느낌이 좋다. <우리가 계절이라면>은 모처럼 그런 감정들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오래오래 여운이 남는 드라마다.
단막극의 오랜 팬인 건이가 예전부터 단막극을 그렇게 추천해줬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 맛을 알게 된 것 같다. 두껍지 않은 소설책을 대신해서 보는 기분. 최근에 같이 봤던 <개인주의자 지영씨>도 참 좋았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매주 단막극을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들이 줄을 지었다. 다들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수익성 때문에 단막극을 일년에 10회, 특집처럼 방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젠가 가능하다면 다시 예전처럼 개성 넘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매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해 열심히 캡쳐를 뜨고 대사를 받아적었다ㅎㅎㅎ
#1. 아빠가 구하기 힘든 악보를 엄마네 피아노 학원 여선생님께 건넨 사실을 알게된 해림이가 아빠에게
그럼 뭔데. 지금 이게 뭔데.
그냥 주고 싶었다. 정말이야. 갖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그냥 주고 싶더라. 그게 다야. 안그러려고 했다. 근데 나도 어쩔 수가...
#2. 해림이도 동경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기석이가 해림에게
언제부터였는데
그냥...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심장이 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아니라고, 아닐거라고 애써봤는데 어쩔 수가 없더라. 어쩔 수가 없었어.
#3. 서울로 떠나는 해림에게 기석이가
그동안 미안했다. 널 어떤 얼굴로 봐야할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뭘 같이 하고 뭘 같이 하면 안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4. '나는 그냥 품에 꼭 안아주는게 엔딩이면 좋겠어. 그게 더 따뜻해보여. 뭔가 둘의 얘기가 뒤에 더 남은 것 같고.'라고 언젠가 말했던 해림의 말처럼 기석이는 해림을 마지막으로 꼭 안아주며
엔딩은 포옹으로. 따뜻하게.
하... 아무래도 한 번 더 보고 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