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정말 푹 한 번 자보고 싶다. 말 그대로 깨지 않고 10시간 정도를 아주 밀도 있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와! 개운하다!!!'라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출산 직전에도 배가 눌려 중간중간 깨곤 했지만 그땐 잠'만' 부족했기 때문에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엔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신다. 마치 피로가 꾹꾹 눌러담겨 덩어리째 몰려오듯이 피곤하다.
심지어 지금은 아이가 8시간씩 자서 최소 6시간은 잘 수 있게 되었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불과 한 두 달 전에 두 시간 마다 일어나서 수유를 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피로가 누적된 탓이겠지.
가끔 남편이 "그래도 어제는 좀 많이 자지 않았어?"라고 아침에 묻곤 한다. '많이 잤으니 피곤해하지마'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조금이라도 덜 피곤해했으면 하는, 컨디션이 좋았으면 하는 그만의 걱정과 진심이 담긴 질문이다. 그 마음을 알지만 때론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뭔가 마음껏 '난 피곤하다!!!!'라고 투정부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남편도 쏟아지는 일을 허겁지겁 끝내고 집에 와선 나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묻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하다. '너도 참 힘들지...?' 이런 측은한 마음과 함께 동지애가 샘솟는다. 결국엔 같이 토닥토닥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새벽에 화장실에 다녀오시고선 언니와 내 방에 꼭 들르셨다. 잘 자는지 살펴보고 이불을 가슴팍까지 다시 덮어주곤 하셨다. 심지어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렇게 하셨는데, 부모님의 인기척을 느꼈으면서도 자는척 할 때가 많았다. 멋쩍기도 하고 그냥 그 보살핌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마치 부모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 아이를 들여다본다. 아이가 조금만 뒤척여도 눈이 번쩍 뜨이고 숨은 제대로 쉬는지, 잘 자고 있는지 몇 번을 살핀다. 아이가 지금보다 좀 더 크고, 초등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도 그러겠지?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근육통과 만성피로는 어쩌면 평생 나와 함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분명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테지만 그럼에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가끔 당연히 내가 짊어져야 하는 일이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들일 때가 있는 것처럼 이 감정 역시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그냥 내 몫인 것 같달까.
아이를 낳고 나서 사소한 지점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도 육아는 장기전이니까 남편과 함께 빛나는 전략과 불꽃같은 호흡으로 건강하게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늘은 핸드폰 그만 보고 일찍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