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된 단어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원더윅스(Wonder Weeks)'다. 원더윅스는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의미하는데 가령 이전엔 아이가 자신의 손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손이라는 것 자체가 있는지도 몰랐다면 이제는 손의 존재를 알게 되고 손을 빨 수도 있게 되는, 쉽게 얘기하면 '레벨업'이 되는 시기다. 20개월 동안 대략 10번 정도의 원더윅스가 찾아온다고 한다.
얼핏 보면 단순 성장기로 보이지만 세상을 경험한 지 이제 경우 몇 달 밖에 안된 아이 입장에선 매 단계가 낯선 행성에 떨어지는(!)급의 변화라고 한다. 마치 '세상에! 나한테 손이 있었어??? 이건 대체 뭐에 쓰는거람???' 이런 기분인걸까. 어쨌든 그러다보니 당연히 혼란을 느끼게 되고 평소보다 더 울고 엄마에게 더 매달리고 지금껏 보여왔던 패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리 아이는 5주차에 첫 원더윅스가 왔다. 저녁만 되면 자지러지게 울어서 처음엔 어쩔 줄 몰라하고 엄청 당황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원더윅스인가?'라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면서도 아무리 달래도 울음이 그치지 않을 때면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 책에서 "당신이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데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 당신은 더 오래, 더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아기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발달과정에서 도약할 때 새로운 세계에 온 느낌이다. 아기가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무거운 짐이 주어진 것과 같다"라는 내용을 보았다. 갑자기 아이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아이가 들 수 있는 것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말이 아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가 나 힘든 것만 봤구나 싶었다.
그후로 아이에게 나와 남편은 가장 안전한 피신처이니 우리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우리마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어디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어른도 피곤하고 힘들면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자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것처럼 아이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아이를 이해하려고하자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울고 보채도 한결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아이가 울때면 (물론 여전히 힘들 때도 많지만) 더 많이 안아주고 더 깊은 안정감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면 언제나 아이 곁에 우리가 있다는 것을 더 많이 느끼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아직 갈 길이 먼, 겨우 9주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잠시 한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려 한다. 그러면 조급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아이에게 내가 먼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더 불안해할 것 같다. 특히 나는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이고 성격도 급한 편이라 이런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렇게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