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아이를 재우기 시작할 때 조금씩 내리던 눈은 금세 바닥을 뒤덮을 만큼 쌓였다. 올 겨울엔 눈이 참 많이 오네. 따뜻한 남쪽에서 온 나는 이럴 때 새삼 서울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거실 환기를 시키며 쏟아지는 눈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항상 내 눈높이에서만 보다가 오늘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평소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침 라디오에선 Coldplay의 Fix you가 나왔다. 쉬이쉬이 눈 내리는 소리와 음악 소리만이 들린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널 집으로 인도하고
And ignite your bones
따스하게 감싸줄 거야
I will try to fix you
내가 널 낫게 해줄게
무심코 듣기만 했는데 이런 가사였구나. 엄마가 떠올랐다. 요즘 엄마는 조금 아프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와 매일 아침마다 다정하게 통화를 나누는 것. 긍정적이고 의지가 강한 분이시기에 잘 이겨내시리라 믿는다.
엄마를 생각하다보니 아빠가 떠올랐고 돌아가신 할머니도 떠올랐고 어느새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머리를 스쳤다. 부모님의 건강, 남편과 아이의 존재, 안락한 집, 친구들, 자주가는 카페, 그리고 나 자신까지.
이번 달 초 눈이 엄청 온 다음날,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려 앱을 켰다가 모두 '준비중'으로 되어 있는 걸 보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오픈 전인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만 믿고 있다가 폭설 때문에 배달을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곤 순간 멍해졌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글을 쓰다 아이가 갑자기 깨서 방에 가보니 아이가 나를 발견하곤 환하게 웃는다. 잠시나마 그동안 잠시 잊고 있던 사람들, 주변의 것들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더 소중히 더 아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