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독주스는 없다!
요즘 케일 바나나 주스를 마시고 있다.
하루 한 잔 정도 마시고, 디톡스나 다이어트, 식사 대용은 절대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해독주스나 디톡스 주스를 믿지 않는다.
(검색해보니 아직도 그 해독주스가 팔리고 있구나)
2014년 KBS <소비자 리포트>에서 “설수현의 똑똑한 소비”를 맡아 방송했었다. 당시 해독주스가 열풍이었다. 아침방송에 나와 의사가 좋다고 하고 홈쇼핑에서 매진 행렬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악마주스, 해독주스, 해톡주스 등 엄청난 매출을 올릴 때였다. 그래서 해독주스가 과연 해독이 되는 것인지 다이어트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아봤었다.
1. 해독주스란?
양배추, 브로콜리, 토마토, 당근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고 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채소를 삶고 갈아 소화 효율을 높인다고. 삶으면서 파괴된 비타민 C의 보충을 위해 생 사과와 바나나를 넣는다. 다이어트와 해독을 동시에 잡아준다고 인기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해독주스로 살 뺀다고 하다 변비와 두드러기, 설사, 당뇨로 응급실 찾는 사례도 있었다. 의사들은 영양실조, 빈혈, 뾰루지 등의 부작용을 명현현상이라 오해하면 큰일이라고 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과채주스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팩트 체크와 실험을 해보고 방송을 만들었다.
2. 건강한 아침식사 대용?
판매자들은 한결같이 균형잡힌 영양소로 해독주스가 건강한 아침식사 대용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하루 두 세끼를 해독주스만 먹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식단까지 제시한다.
⇒ 해독주스 한 잔의 열량은 대략 9에서 50킬로칼로리!
시중에 판매하는 해독주스를 무작위로 사들여 실험해봤다. 해독주스의 재료는 과일과 채소들이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공급할 수 있으나 인체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거의 없다. 한 잔의 열량이 대략 9에서 50까지 나온 것은 순수 ‘당’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끼 식사로 해독주스를 먹는 것은 굶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독주스만 먹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다 빈혈이나 영양실조로 쓰러질 수 있다.
3. 해독주스는 주스 vs 영양식?
이름만 해독주스일 뿐 그냥 음료다. 지금 마시고 있다면 뒤집어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
⇒ 해독주스는 대부분 “과채음료”다.
해독주스가 그 자체로 효과가 있다면 “영양식” “특수 조제식”으로 허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음료라고 되어 있다.
4. 해독주스? 해0주스?
상품들이 한결같이 해0주스 등 다른 이름을 걸고 있다. 효능과 효과에는 몸속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하는 해독 효과를 열심히 설명하면서 왜 상품명에 “해독”이란 표현을 못 쓰고 “해0”이라고 쓸까?
⇒ 해독주스라고 쓰면 허위광고다.
해독의 효능이 입증되었다면 당당하게 “해독”이라고 쓸 수 있다. 그러나 상표명에 해독이란 표현을 쓰지 못하는 것은 효능이 입증된 바 없고, 따라서 해독이라고 쓰면 허위광고가 되기 때문이다. 상표명은 “해0”이라 쓰고 효과에 “해독”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괜찮은 것인가, 소비자가 헷갈릴 수 있는데 왜 봐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지금껏 상표명에 해독을 명기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 (*해독주스라고 했다가 과장 광고 허위광고로 걸리는 사례는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
5. 해독주스, 당뇨환자에게는 독!
방송에서는 해독주스가 혈당을 얼마나 높이는가 알아보기 위한 실험도 해봤다. 해독주스와 같은 분량의 생채소, 과일을 먹고 혈당 변화를 비교해 봤는데... 차이가 있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당뇨환자는 혈당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혈당이 빨리 올라가면 인슐린 분비가 안 되거나 저항성이 있는 경우라, 혈당이 올라가 있으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불러 동맥경화나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거”라며 당뇨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라고 말한다.
이는 의학저널에도 보고된 바, 과일주스는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고 한다.
논문 : 과일주스를 먹을 경우 당뇨병의 위험이 높아진다.
매주 두 번 이상 블루베리, 포도, 사과를 먹는 사람은 월 1회 이하로 먹는 사람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23% 감소했다. 반대로 매일 1회 이상 과일 주스를 마시는 사람은 이 같은 위험이 21% 증가했다.
출처 : 2013년 8월에 영국 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하버드 대학 공중보건 대학원의 영양학과 교수인 키 선(Dr. Qi Sun) 박사
*그런데 채소를 삶아서 먹으면 소화흡수율이 높아질까?
관련 논문을 찾지 못해 해독주스를 개발한 의사에게 물어봤다. 본인의 경험으로 본인이 과체중일 때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주스가 개발 계기라고 했다. 근거가 되는 논문이 있다고 해서 받아 보았다. 그러나 그가 보내 준 논문- 생으로 먹는 것보다 삶아 먹는 것이 우리 몸에 더 잘 흡수된다는 실험 데이터의 채소는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이 아니었다. 해독주스 재료 중 유일하게 겹치는 것은 바나나였는데, 그냥 바나나가 아니라 몽키바나나였다. 그의 해독주스에 바나나는 사과와 함께 채소를 삶아서 파괴되는 비타민C 보충을 위해 생으로 넣는 재료인데 말이다. (혹시 잘못 보내준 것이 아닌가 해서, 논문이 영어로 되어 있으니까 헷갈릴 수도 있다 생각해 확인도 했었다. 제대로 보내 준 게 맞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결국 원조 해독주스 개발자라는 그 의사의 인터뷰는 방송에서 통으로 편집하고 내보내지 않았다.
결론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우리 몸속 노폐물과 독소가 걱정이거나
영양과잉으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면
제철의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삼시 세끼를 영양소 골고루 적당한 양으로 먹고
운동하는 게 답이다.
이때, 채소와 과일은 생으로 껍질 째, 이로 씹어서 먹는 게 가장 좋다.
이상은 2014년 10월 3일자 KBS 소비자 리포트 <설수현의 똑똑한 소비> “해독주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방송과 취재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언제나 기본만 지키면 된다.
기본을 못 지키니 힘든 거다.
나도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잘 챙겨먹는 것이 힘들어서 이 글을 쓴다.
매일 반성하고 돌아보고 계획하고..
잘 하고 있다 토닥토닥 응원하며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며칠 전 내 브런치의 방문자들이 케일바나나주스를 검색해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송에서 또 무슨 주스를 방송했구나 했더니 이번에는 세포 해독이라면서 오토파지 주스가 유행이란다. 단호박, 연근, 토마토, 케일, 바나나, 아몬드 등을 생으로 갈아서 먹는데, 소화기관이 안 좋을 경우 단호박과 연근은 익혀도 된단다.
요즘 면역력 이야기도 많이 나오면서 내가 통편집해 버렸던 의사도 계속 방송에 나오고 있다. (검색해보니 책도 많이 내고 방송도 꾸준히 하는구나) 그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인터뷰 내보내고 정면으로 대응하고 싶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해외 단기 연수 며칠 다녀오고 말도 안 되는 논문 들이대며 건강에 좋다, 다이어트에 좋다, 해독이 된다 하면서 그냥 과채주스를 팔아먹는 것은 대국민 사기 아닌가? 담당 피디와 팀장님이 말리셨다. 이름과 재력을 생각하라고(당시 그 사람은 해독주스로 돈을 엄청나게 벌었다). 우리가 근거는 확실하지만(직접 보내준 논문이 엉터리였으니까!) 소송 걸리면 시간과 돈 때문에 피곤해진다고. 돈 없고 시간 없는 나는 기껏 할 수 있는 일이 방송에서 통으로 편집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화로 정확하게 설명했다. 당신이 보내 준 논문에는 당신이 말한 내용이 없다고!
이후 시간도 많이 지났고 그 사이 그에 대한 새로운 논문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논문이 나왔다고 해도 제품을 위해 실험과 논문이 어떻게 조작되는지 숱하게 봐왔기 때문에 믿지 못하겠다.) 나는 여전히 해독주스를 믿지 않는다.
내가 케일에 바나나를 갈아 먹는 이유는 밤에 야식을 먹지 않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재택근무가 많은 프리랜서고,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보면 밤늦게까지 작업할 때가 많다. 보통 저녁을 6-7시경에 먹기 때문에 밤 10시가 넘어가면 야식이 먹고 싶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더 배가 고파진다. 과자나 군것질은 좋아하지 않으니 오히려 라면이나 밥, 술을 먹기도 한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생각하며 제일 먼저 야식을 끊었다.
케일과 바나나에 물을 넣고 갈아서 먹으면 맛도 있고 (색은 녹색이지만 괴물 같은 녹즙 맛이 아니라 향긋한 바나나 맛이 먹기 좋다) 과채쥬스 한 잔도 기껏해야 50킬로칼로리 정도라니 믹스 커피 한 잔보다 칼로리가 적다. 내가 먹는 양은 바나나 반 개, 케일 큰 걸로 한 장 정도다. 칼로리가 많을 수가 없다. 물이 반이 넘고 건더기도 제법 되어서 가짜 포만을 주기 좋다. 하긴 우리의 뇌는 갈증을 배고픔으로 느끼기도 하니, 그게 진짜 배고픔인지 수분 부족인지 모른다. 맹물만 마셔도 어느 정도 식욕을 속일 수 있는데, 그래도 물만 마시는 것으로는 좀 부족하다. 그러니까 내가 먹는 것은 그냥 음료수 한 잔이다. 시중에 파는 것은 설탕이 많으니까 귀찮아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다. 만드는 과정과 시간이 있으니 건강하게 뭔가 먹는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절대 이걸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해독을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야식이 당길 때 먹거나 고기 등으로 너무 헤비하게 먹었을 때 그 다음 끼니를 대신하는 용도다.
물론 요즘 내가 하는 몸에 좋은 온갖 것 – 108배와 반신욕, 홍삼과 비타민 유산균 등 각종 영양제, 보이차에 케일바나나주스도 포함이 되고 그 중에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모른다. (보이차도 보이차 자체의 효과보다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물의 효과를 더 믿는다.)
그러나 제발, 해독주스를 먹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정체에 대해 정확하게 알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해독주스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면 시중에 파는 과채주스보다 당이 적고 고탄수화물, 고단백, 고지방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해 건강에 좋은 것이다. 판매 제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 몸에 좋다고 하니까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무조건 믿고 따르지 말라는 것이다. 제대로 정확하게 알고, 직접 해봐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나도 한때 슈퍼푸드가 어떻고 뭐가 몸에 좋고 그런 방송 많이 만들었다. 그래도 양심적으로 무조건 좋다는 방송은 안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방송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을 때가 있다. 우리 엄마도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뭐가 좋다면 그걸 사 오신다. 가끔은 방송 때문에 가격이 터무니 없이 올랐다고 타박을 하시기도 한다. 우리 엄마는 해독주스나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라 좋다는 제철 식재료에 엄마의 레시피로 음식을 해주시니 그냥 말을 하지 않는다.
매일 108배 하며 마음을 다독다독해도
엉뚱한 놈들 방송하고 제품 파는 것을 보면 용서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