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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Dec 04. 2023

미국 공무원, 변호사들의 관심사

그럼 나의 관심사는?

나는 종종 (아니 생각보다 자주ㅋㅋ)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인 Reddit을 방문하는데, Reddit는 한국으로 따지면 디시인사이드(?)랑 비슷한데, 그보단 약간 순한 맛이라서 네이버 카페랑 더 가깝기도 하다. 그중에 내가 주로 눈팅하는 곳은 /fednews (연방 공무원 서브레딧) 과 /lawyertalk (변호사 서브레딧)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눈팅을 해본 결과, 이곳에서 올라오는 포스팅은 거의 항상 비슷하다. ㅋㅋ 공무원 서브레딧에서는 대부분 (1) 사무실 복귀 명령에 따른 불평불만, (2) 공무원 연봉 적다는 불평(혹은 사기업과의 비교), (3) 커리어 문의 포스팅(주로 "Should I become a supervisor?"와 같은ㅋㅋ).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첫 번째 유형 포스팅은 대부분 원글이가 "우리 사무실 재택근무 정책이 바뀌어서 사무실에 더 자주 출근하게 되었다. (구시렁구시렁)"이면, 대부분의 답글은 "불쌍하네, 나도 그래. 우리 재택근무하는 곳으로 옮기자!"라든지 혹은 "니네 들은 복에 겨웠어. 라떼는..."라는 답글(이런 글들은 대부분 downvote를 받아 순위가 내려간다 ㅎㅎ)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 유형은 "지금 내 연봉이 너무 적은데, 사기업에서는 XX 만큼 더 주는데 옮길까?"라는 질문. 이 경우, 대부분의 답글은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과 워라밸은 그 어떤 금전적 가치를 뛰어넘는다'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공무원 커뮤니티라서 bias가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무원 연봉이 사기업에 비해 낮은 건 사실이지만, 베네핏이나 기타 무형의 가치를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일부 직종(IT나 의료계, 혹은 법조계)을 제외하고는 사실 연봉도 비슷비슷하다.


세 번째 유형은 "내가 지금 GS-12 non-supervisor인데 GS-13 supervisor 포지션을 수락해야 할까?" 같은 질문이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몰랐는데, 모든 공무원 포지션은 supervisor 와 non-supervisor로 나뉜다. 전자는 자기 밑에 관리하는 직원이 있는 거고, 후자는 내 일만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이 구분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왜냐면 한국적인 사고로는 (혹은 일반적인 사기업 관점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것(즉, 연차나 병가 등을 허가하고, 직무평가, 상벌 수여 등)은 당연한 것인데, 미국 공무원은 그 두 가지를 엄연히 구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GS-13 등급인데도 다른 직원을 관리하는 supervisor가 될 수 있고, 한편으로 최고 등급인 GS-15인데도 (드물지만) 부하 직원이 없이 자기 할 일만 하는 SME(Subject Matter Expert)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공무원들의 대부분 consensus는 "GS-14 non-supervisory" 포지션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즉, GS-15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서도, 부하 직원을 관리해야 하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이 없다는 이유다. ㅎㅎ


한편, 변호사 서브레딧도 보통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1) 상대방 변호사(혹은 상사나 의뢰인)의 태도에 대한 불평, 불만, (2) 변호사 업무 자체에 대한 불평불만, (3) 변호사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 ㅋㅋ [상당수의 변호사들은 불평불만이 가득하고, 언제든지 변호사를 그만둘 생각만 한다 ㅠ] 


첫 번째는, 대부분 소송 변호사들이 상대방 변호사(상사, 의뢰인)의 태도나 발언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스커버리를 하는데 상대방 변호사가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요구한다든지, 상사가 제대로 된 설명도 안 해주고 사건을 맡겨놓고선, 사건이 제대로 안 풀리니 혼낸다든지, 의뢰인이 주말에도 연락하며 괴롭히거나 변호사한테 거짓말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변호사 업무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는 글들이다. 대부분 변호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업무 분야에는 무엇이 있을지 물어보거나, 혹은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돈은 더 벌 수 있는(과연 그런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업무 분야가 무엇이 있을지 토론하는 글이다. 이런 글의 상당수는 흔히 ID(insurance defense)라는 분야에 종사하는 변호사들이다. ID는 주로 보험회사를 대리해서 교통사고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을 변호하는 업무인데, 미국 변호사들의 업무 분야 중 가장 흔한 업무이다. 아마 법률 분야에서 가장 파이가 크고,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험회사를 대리하다 보니 결국 업무는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험금을 덜 주기 위해 소송을 하는 일이라 업무적인 부분에서 회의감을 꽤 느끼는 것 같다. 


세번째 유형은 두 번째와 연관된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burnout 된 변호사들이 변호사 커리어를 접고, 다른 업무를 하고 싶다면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문의하는 글들이다. ㅜㅜ 사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변호사 직종에 대한 진입 장벽이 꽤 낮은 편이라서, 의외로 자신의 적성과 목표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변호사가 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실제 변호사 업무나 대우에 대해서 실망을 하여, 변호사로의 일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데 내 예상으로는, 변호사 진입 장벽이 아주 높은 한국에서도 막상 힘들게 변호사가 됐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은 주변이나 부모의 기대에 맞춰서 직업 을 고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글쎄. 나는 양쪽에 다 발을 담그고 있어서, 어느 한쪽의 고민에 대해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데, 결론적으로는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고르자면, 공무원들의 관심사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결국 재택근무의 편리함을 이길 수는 없는데, 굳이 출퇴근을 해야 한다면 가까운 곳으로 하고 싶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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