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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16. 2024

미국 변호사의 영어 고군분투기(7)-로스쿨 입시준비

원어민과 경쟁하다

내가 미국 로스쿨 진학을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인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 흔히 "엘샛"이라고 한다) 문제를 접한 였다. 즉, 미국 로스쿨 진학을 정하고 나서 LSAT을 공부한 게 아니라, LSAT을 접한 다음 미국 로스쿨 진학을 결정한 것이다


내가 대학교 4학년 1학기 때 토익과 텝스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은 뒤에, 영어 실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 어떤 시험을 공부할까 하다가 찾게 된 것이 LSAT이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LSAT 기출문제를 한 번 풀어봤는데, 그동안 익숙했던 토익·텝스와는 차원이 다른 비판적 사고 능력, 논리력, 고도의 독해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나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즉, 그전까지는 영어 습득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했지만, 이제는 영어를 도구로 활용한 더 높은 수준의 사고방식을 획득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영어 공부의 연장선으로 시작한 LSAT공부는 너무 재밌어서 심지어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LSAT이 얼마나 재밌었냐면 오전 공부를 시작해서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밥 먹으러 가기가 싫을 정도였다. 너무 공부에 열중한 나머지 배고픈 줄 모르고 점심시간을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재밌는 공부로 입학시험을 치르는 미국 로스쿨이란 곳은 더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미국 로스쿨 진학을 마음먹게 됐다.


1. 어휘의 부족함을 깨닫다

중고등학교 6년, 대학 4년을 포함 거의 10년을 넘게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며 한 순간도 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LSAT을 공부하면서 어휘의 부족함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LSAT 응시자들의 대다수가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한(혹은 졸업 예정인) 학생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LSAT의 어휘 수준은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한 사람의 수준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어휘들도 원어민들만 이해할 수 있는 미묘한 어감의 차이나 다양한 속뜻까지는 몰라서 틀리는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어휘 공부를 병행했다. 내가 선택한 교재는 예전에 전공 교수님이 추천했지만, 사두기만 하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던 Word Smart I·2 (한국어판 통합본)였다.

 

바로 이 책이다

당시 나는 LSAT을 위해서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했고, LSAT을 공부하는 약 1년 간 이 책에 나오는 단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암기했다. 이 책을 공부하면서 신기했던 점은, '이런 단어가 쓰일 일이 있을까?'라면서 의심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단어를 그대로 LSAT 기출문제에서 보게 되면서 그런 의심이 바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2. 토플 점수에 관하여

토플 시험은 다른 시험에 비해서 응시료가 비싼 편이라 딱 두 번만 봤고, 어차피 두 번째에 거의 원하는 점수가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응시할 일이 없었다. 정확히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학부 3학년 때 로스쿨 입시를(특히 LSAT)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에 앞서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한 번 봤고, 약 2년 뒤 졸업 직후 로스쿨 지원서를 쓰기 전에 점수가 필요해서 다시 봤던 것 같다. 재밌는 건 각 응시회차의 점수 총합은 102점으로 같지만 각 영역에서의 분포가 두 번째에 더 고르게 분포됐다는 점. (1 회차는 읽기·듣기·말하기·쓰기가 29/28/24/21이었지만, 2회 차는 28/25/24/25이었다ㅋㅋ)


지금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당시 로스쿨을 지원하기 위해서 각 학교 입학기준을 봤을 때, 일부 학교(특히 랭킹이 낮은 학교들)들은 토플 점수를 요구하는 곳이 있었다. 대부분 100점만 넘으면 문제가 없었고, 일부 학교는 각 영역별 점수가 25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곳도 있었다. 상위권 로스쿨들은 어차피 LSAT점수가 좋아야만 입학을 할 수 있고, 그 정도 점수면 어차피 영어 실력은 당연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토플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 LSAT점수는 상위 30%(157점) 밖에 안 됐기 때문에, 사실상 Tier 1(상위 50위) 로스쿨도 불가능한 점수였기에 토플 점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토플 공부는 제대로 해보지 않아서 이렇다 할 방법론을 적기는 그렇다. 그냥 누구나 그렇듯이 토플 교재를 사서 혼자 공부하다가, 학원 직강을 들었던 것 같다. 어차피 LSAT수업을 듣느라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서울로 갔기 때문에, 오는 길에 혹은 주말에 해커즈 학원 본사에 가서 현장 강의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쓰기였는데, 역시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방식대로 답안 작성하는 방식을 연습하니 4점이나 올라서 필요한 점수를 충족했다. (비록 읽기와 듣기에서 이전시험보다 점수를 조금 깎아 먹긴 했지만)


3. 로스쿨 입학 준비를 위한 공부

로스쿨 입학이 확정된 뒤에는 읽기와 단어 공부에 치중했다. LSAT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결국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학술적이거나 난해한 텍스트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LSAT 독해 파트에서는 주로 법, 자연과학, 인문학, 예술사,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 지문이 출제되곤 했는데, 처음 보는 낯선 분야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상당히 고전했다. 


더불어, 문장 자체의 복잡함이나 단어의 어려움에서 오는 1차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해당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개념 자체의 복잡성에 기인한 어려움도 꽤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로스쿨 입학 전에 기본적인 사고 능력의 배양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로스쿨 준비법은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시사교양 잡지를 읽음으로써 상식을 높일 것.
(2) 일부러 복잡하고 어려운 책을 읽어 볼 것.
(3) 로스쿨에서 공부할 과목들을 미리 사전학습 해볼 것.


첫 번째로는, 이코노미스트(Economist)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혹은 리즌(Reason)과 같은 잡지를 꾸준히 읽는 연습을 했다. 이 중에서 하나만 고른다면 이코노미스트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이코노미스트는 요즘에도 서점에 들르면 꼭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가끔씩 사서 평소에도 읽는 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글 자체가 워낙 유려하고 재치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다루는 주제도 폭넓은 편이라 여러 분야에 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 추천할만하다.


두 번째는, 법 철학에 관한 책을 읽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Philosophy와 Law가 들어간 책이었다. 꽤 두꺼운 책으로, 법 철학에 관한 입문서였지만 난이도가 상당했다. 아마 내가 철학에 관해서는 입시 때 윤리과목으로 배운 것과 학부 때 교양 수업 들은 것 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법 철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가니까 나중에 로스쿨 수업에서 특정 법 논리가 생겨난 원인이나 그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로스쿨 입학 전에 1학년 과목에 대한 선행 학습을 했다. 이는 영어 실력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로스쿨 수업에 쉽게 적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운 좋게 집 근처에 있던 충북대 로스쿨에서 미국 변호사가 가르치는 미국 계약법 수업을 청강할 수 있었다. 한국 로스쿨 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는데, 해당 교수님은 내가 학부 시절부터 알았고, 내가 미국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있다는 점 때문에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덕분에 미국 계약법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로스쿨 1학년 때도 계약법은 A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외에 민사 소송법은 E&E(Examples & Explanation)란 교재를 미리 사서 틈틈이 공부를 했다.


돌이켜보면, 로스쿨 입학이 확정된 뒤에도 참 치열하게 영어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내가 미국에서 유학을 해본 적 없어서, 실제 로스쿨 수업이 과정이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싹 쫄아서(?) 1학년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조기의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로스쿨 입학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위에서 했던 준비들 외에 추가로 영어 작문 공부를 더 했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미국에서 영문학이나 언론학 등 전문적으로 글을 써야 했던 전공을 했거나, 혹은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원어민들에게 첨삭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 변호사의 영어 고군분투기(8)-로스쿨 생활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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