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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Apr 05. 2024

피클볼의 인기 비결

피클볼이 재밌는 다섯 가지 이유.

사진 출처: https://www.ymcabhc.org/blog/so-you-keep-hearing-about-pickleball-what-pickleball


피클볼에 처음 입문한 지 2주가 조금 안 됐다. 지금의 상태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중독.


그렇다. 나는 피클볼에 중독됐다. 아버지께서는 학창 시절 당구에 빠지신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학교 칠판이 당구대로 보였고, 잠자려고 누우면 천장에 당구공이 왔다 갔다 했다고 하셨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꽤 비슷한 정도이다. 거의 20년 전 대학생 시절 테니스에 미쳐서 살던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럼 도대체 왜 피클볼이 이렇게 재밌을까? 나름 고민해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입문하기는 쉬운데 비해 적당히 어렵다.

인형 뽑기 게임을 아는가? 눈앞에 있는 인형을 금방 쉽게 잡아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오기가 생겨서 몇 천 원, 심지어 몇 만 원까지 쓰게 된다. 피클볼도 마찬가지다. 왠지 조금만 연습하고, 몇 번만 경기해 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손에 잘 잡히지 않아서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초보자도 한두 시간만 배우면 어설프게나마 경기를 시작할 수 있고, 경기 횟수가 늘어나면서 초반 실력이 쑥쑥 늘어나지만, 그 이상은 손에 잡힐 듯 안 잡힐 듯 애매한 어려움이 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더욱 노력하게 된다. 반면, 테니스는 일단 게임 자체가 가능하기까지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너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소위 진입장벽이 높다. 


2. 게임의 템포가 빨라서 몰입이 잘된다.

피클볼은 경기진행의 템포가 빨라서 생각할 시간이 테니스보다 훨씬 적다. 테니스를 100분 쳤다면, 실제 포인트가 진행되는 시간은 35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포인트 사이사이 쉬는 시간이다. 피클볼은 재보지 않았지만, 실제 포인트 진행시간이 35퍼센트 이상은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실 경기 시간의 밀도가 높아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특히, 피클볼 복식은 네트플레이가 정석이기 때문에 테니스에서 소위 말하는 칼싸움(맞발리)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피클볼을 하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을 하게 된다.


3. 소셜라이징(socializing)에 매우 적합한 운동이다.

그냥 운동만 하면 됐지 무슨 소셜라이징이냐 하겠지만, 구기 종목의 즐거움은 다른 인간과의 교류에서 오는 만족감이 큰 몫을 차지한다. 만약 테니스를 친다고 해도 생판 모르는 사람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공만 치고 오는 경우는 드물고 재미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피클볼은 테니스보다 훨씬 소셜라이징에 최적화된 운동이다. 일단 코트가 작아서 파트너나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에 매우 유용한 구조이다. 테니스는 베이스라인과 베이스라인의 거리가 멀어서 난타를 치면서 상대방과 대화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피클볼은 비교적 최근에 인기를 얻은 운동이라 그런지 낯선 타인과 경기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 그 말은 처음 코트에 나가도 금방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경기를 하기에 쉬운 구조라서 금방 그룹에 녹아들어 갈 수 있다는 뜻이다.


4.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운동이다.

위의 3번과 이어지는 것이지만, 피클볼의 낮은 진입장벽은 남녀노소 누구나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만든다. 테니스는 아무래도 체력과 운동능력이 중요하다 보니, 나와 나이대나 성별이 다른 사람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피클볼은 신체능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교한 손의 감각이나 전략도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나보다 나이가 많은 60대 할머니를 상대로 해도 내가 승리를 전혀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내 테니스 실력을 믿고 덤볐다가 큰코다친 적이 더 많다)


5. 몸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

확실히 테니스보다는 몸에 무리가 적다. 코트가 작고, 공의 바운스가 낮다 보니 테니스만큼 이리저리 뛰어야 할 필요가 없다. 특히 피클볼 복식은 대부분의 경우 네 명 모두가 네트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테니스처럼 좌우 혹은 앞뒤로 전력질주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부상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물론 바운스가 낮기 때문에 항상 허리와 무릎을 굽혀야 하고, 네트플레이 시 빠른 공에 대처해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테니스보다는 훨씬 몸에 무리가 덜 간다. 그러다 보니 회복도 빨라서, 더 자주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이 정도가 현재까지 내가 느낀 피클볼의 매력이다. 사실 지금은 마치 연애초반과 같아서 상대방의 장점만 보이는 시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피클볼에 열광하는지 알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마 콩깍지가 사라지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피클볼을 바라보게 될 수 있을 텐데,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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