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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Nov 23. 2015

8. 그녀는 난간을 넘어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

<무의미의미무미의무> 여덟 번째 밤.

 그녀는 난간을 넘어 허공으로 몸을 던진다. 아래로 떨어져 수면에 세차게 부딪힌 데다 추워서 감각이 없지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머리를 들어 올리고, 수영에 아주 능숙한 탓에 죽고자 하는 의지를 거슬러 온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그녀는 다시 머리를 물에 처박고서 물을 들이마셔 자기 숨을 막으려고 애쓴다. 그때 어떤 외침 소리가 들려온다. 맞은편 강가에서 들려오는 외침. 누군가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죽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큰 적은 수영을 잘하는 자신의 제어 불가능한 반사운동이 아니라 자신이 고려하지 않았던 누군가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는 온힘을 다해 발버둥 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구하기 위해.


-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우더니 이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목요일 새벽에 발행되었어야 할 여덟 번째 브런치 발행이, 글 쓰는 나의 전시 차례가 다가오면서 조금 연기되었다. 누가 쓰라고 한 적도 없고 딱히 나의 발행을 기다리는 독자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신을 놔버리려는 순간 그래도 이번 주 까지 쓰면 되겠지 라며 스스로와 협상 완료. 사진으로 때우자. 

#사진스크롤 압박 주의






일요일! 


@비내리는 새벽,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난 일요일 아침, 나의 전시를 이틀을 앞두고 있어 그날은 오전 일찍부터 유난히 부지런을 떨었다. 전시를 앞두고  불안해했던 탓도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는 처음 사용하는 재료들이 유난히 많았다. 크게 어려운 설치 작업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신경이 아예 안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또 한 번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주말 작업계를 제출하고 이런 저런 눈치를 조심스럽게 봐가며 아저씨들께 조공을 바치며 일요일의 세운상가에 출입할 수 있었다. 


@4년 차 어시, 들.


 처음 하는 작업이어서 북적거리는 월요일에 덩어리가 큰 작업들을  설치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차분하게 작업을 하고 싶어서 조금 고집을 피웠다. 또 손발을 많이 맞춰본 소수 정예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했다. 


@레일 고정 작업. (사진/심은주)
@레일과 파이프 접합 작업. (사진/심은주)


 이번 전시를 위해 빌려온 C-Stand에 레일을 고정시키고, 무거운 액자를 매달아도 휘어지지 않게 추가의 쇠 파이프를 함께 접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역시나 옆에서 디테일한 조언들을 주는 인호. 나는 커다란 것들을 확확 쳐내는 사람이라면, 이 녀석은 그 반대다. 4년 동안 현장에서 손발을 맞춘 유일한 동기랄까. (촬영은 은주가 다른 일 도와주면서 틈틈이 찍어주었다.)


@의견을 주고받는 인호랑 나.
@첫 번째 작업 위치 잡는 중.
@공간 속 인호랑 은주.
@와이어 연결 작업중
@작업 와이어에 고정시키는 중
@작업 고정시키기. 
@C-Stand 높이 조절 중.
@신중하게 첫 번째 작업 위치 선정. 


 첫 번째 작업을  고정시키고 나서, 위치를 잡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두 번째 작업을 고정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구도를 잡는데 몇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도와주는 친구들 덕분에 든든하다. (글을 쓰는 오늘은 한 참 지난 월요일 새벽인데,  지난주 사진을 보아하니 뭔가 아련하다.) 


@와이어 길이 체크 중.
@작업 위치 고정 중.
@작업의 흔적들. 잠시 휴식.
@어두운 일요일 세운상가의 복도. 반사된 작업 두 점.

 

 잠시 쉬는 동안에 바라본 세운상가의 모습.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모습은 잠시 어둠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고 적막이 흐른다. 일상에 감춰진 진짜 모습을 또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 중간에 잠깐 잠깐 쉬고 계속해서 설치 작업에 집중했다. 4시 까지 작업을 신청해놔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둘 수 있었기에.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번갈아 가면서 힘쓰기
@조율하고 또 조율하고
@무언가 잘 안풀려 이야기 중.
@걸고 빼고 걸고 빼고 무한 반복.
@와이어 고정 작업
@와이어 링 조이는 작업
@세운상가의 하루 3점. 위치 선정하기.
@거칠게 마무리된 일요일 설치 작업.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까지, 아저씨에게 한 시간을 겨우 연장받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 고정시키는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고치고 또 고치는 동안에도 묵묵히 도와준 친구들에게 감사를. 또 일요일에 세운상가를 찾아와 조언을 해주신 김도균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월요일!


 월요일 오전. 어제 끝내지 못한 작업들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또다시 아침 일찍 세운 상가를 방문했다. 아침부터 움직이는 건 하루를 정말 길~게 느끼도록 만든다. 


@무의미 멤버들, 7명의 이름표가 어느덧 2명의 이름을 남기고 사라졌다. 여진이포함
@다섯 번째 무의미, 이재준 이름표 부착.

 

 비록 일주일에 한 번씩 전시가 교체되는 엄청난  스케줄이지만, 별 탈 없이 무사히  다섯 번째 차례인 나까지 도착했다. 알게 모르게 다들 지쳐가는 것 같지만,  중간중간 교수님들의 응원과 여러 사람들의 응원 덕분에 지칠 때마다 힘을 얻어 순풍을 타고 무탈히 항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일들. 


@멍하니 생각중
@설치가 끝난 <세운명품상가> 전시장의 모습.





화요일! 

<세운명품상가> Opening Day!


예상치도 못하게 손님들이 많이 찾은 오프닝 데이. 준비했던 작업 노트가 한 순간에 바닥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흐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했던 그런 날.

@화요일 오프닝
@김도균 교수님과 조준용 선배님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전시장을 방문해주신 허정인 선생님
@경희대 학생들
@바글바글했더 오프닝 현장
@의리의 기사본중 카투사 후임들 :) . 지훈이. 동민이. 윤구.







중간 생일 파티!

 와글와글했던 전시장이 다시  조용해지면, 우리들의 시간들. 

오프닝 날 교수님의 생일이 함께 있어서 케이크와 함께 작은 선물을 증정해 드렸다. 

뭔가 몰래 준비했는데 다 걸리고만 바보들. :) 



@서프라이즈! 인척.
@촛불 끄시는 교수님
@선물증정식
@받아주시옵소서
@김도균 교수님과 상원이 :)
@나는 맛도 못본 다우니가 다 먹은 케이크.
@생크림 흡입중




반가운 얼굴들 :)

 전시장을 방문해준 손님들. 그외 사진을 함께 찍지 못한 많은 분들도 감사합니다! 




다 섯 번째 무의미, 이재준 전시도 무사히 완료! 

다들 후회가 남지않는 시간이기를 바라며. 남은 전시도 사고없이 무사히. 

1. 이지은 - 2. 김금보 - 3. 김다운 - 4. 최인호 - 5. 이재준 - 6. 장한빛 (Coming Soon) - 7. 전여진














이번 프로젝트 전시의 로고.



 이 글은 서울예술대학교 학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사진전공 졸업생 6명과 실내 디자인 전공 졸업생 1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 전시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노트입니다. 시각 예술을 공부하며 조금 더 우리가 하는 일들을, 삶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서투른 글을 남깁니다. 여덟 번째 기록. 끝. (사진/글 이재준)



 글을 쓰면서 찾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기록하는 것.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 함께 하는 것. 꾸준히 하는 게 생겼다는 것.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사소한 것 들 바라보기. 밤. 텅스텐 조명의 붉은 빛. 트럭 탐내는중. 전시장에서 반가운 얼굴들 맞이하기.

매주 수요일 발행하려고 노력 중이나 목요일 새벽에 겨우 발행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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