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뱅쇼야.
1월을 아주 파이팅 넘치게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봉봉이네.
정말 극적이게도, 엄마아빠만 코로나에 걸리고
아이들은 다행히 걸리지 않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덤덤하게 말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가 마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용의 성 앞에서
공주를 지키기 위해 조마조마하게 성벽을 둘러보는 왕자의 마음 같았다.
그렇게 며칠 후.
우리가 코로나에 걸리고 5일쯤 자체격리해제가 될 무렵,
함께 있던 탱글이를 피아노학원이라도 보낼 요량으로 코로나 키트를 검사했는데.
뜨악. 연하게 두줄이 나오는 거다.
안돼…………
이럴 순 없어………..
방법이 딱히 없었다.
다행히 탱글이는 전혀 전조증상 및 코로나로
판단되는 증상들이 없었기에.
약을 먹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민간요법(?)을 사용해서라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근처 카페에 가서 뜨끈한 뱅쇼를 사 왔다.
욥과 나는 코로나에 걸린동안 하루에 한 번씩 근처 카페에서
뱅쇼를 사다가 하루종일 틈날 때마다 먹었다.
딱히 코로나엔 약이 없으니 감기약을 먹으면서 따듯하고 비타민이 있을법한
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 밖엔 답이 없을것 같아 그렇게 해왔던 것인데.
탱글이는 증상도 없으니 일단 뭐라도 먹여보자 싶어
뱅쇼를 사 왔다. 그런데.
뱅쇼라는 것이 어른들도 처음 먹으면 약간 어색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기에
먹이기 전에 일단 설명을 해두고 탱글이에게 먹여보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탱글아 이게 감기 낫는데 도움이 되는 음료인데,
안 먹어본 맛이라 맛이 어색할 수 있어~!"
"맛이 어색할 수 있어요? 안 먹어요."
"…아니 근데 먹어보면 괜찮을 수도 있어~!"
그렇게 읍소를 몇 번 거친 후에 탱글이는 어색한 맛의
따끈한 차를 맛보게 되었고.
그는 놀라운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 맛이 억울해요!”
“??????억울하다구???”
그렇다. 탱글이는 아직 어색하다는 말도 뭔지 모를 텐데.
심지어 맛이 어색하다는 말이 뭔지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억울하다니 맛이..ㅎㅎㅎ
억울하다는 것과 어색하다는 것이 뭔가 비슷했나보다.
결국 억울한 맛의 뱅쇼는 내가 또 맛나게 다 먹었다.
다행히 탱글이는 전혀 증상이 없었기에
아프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고, 어쩌면 코로나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이틀간격으로 검사한 키트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기에.
‘억울한 맛의 뱅쇼야 미안해.
우린 감기 걸렸을 때 널 따뜻하게 맛나게 먹었단다.
우리 사인 어색하지 않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