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대하여/ 완벽한 조합을 이룬 '롱샹성당'
20대 때, 어멈이 처음 쓴 이력서에는 이런 글이 들어갔다.
"어릴 적 부엌 한편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간에 비치는 모습을 보며 공간의 매력에 빠졌다."
정말 그랬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 봤던 그 창문의 빛은 어멈을 결국 디자이너의 길로 이끌었다.
어멈이 공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창문이다.
그다음으로는 그 창문이 가지고 있는 빛과 풍경.
이 글에서는 어멈이 좋아하는 창문의 기준과 르꼬르뷔제의 다양한 건축물 중에서
채색 유리로 그 매력을 더 이끌어 냈던 롱샹성당의 창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할까 한다.
사실 일상에서 다양한 창문을 경험하기는 어렵다. 어멈처럼 동선이 한정적인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런 어멈에게 여행을 할 때가 마침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기회다.
창문을 보는 것, 그 창문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맘에 드는 창문이 있는 곳이라면 몇 시간이고 넋을 놓고 앉아있을 수 있다.
물론 봉봉에 의해 쉽게 허락되지 않겠지만.
그래서 어멈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멋지거나, 적절하게 힐링을 불러일으키는 곳을
(엄청 열심히 검색한 후)선택한다. 그만큼 어멈에겐 창문이 중요하다.
암담하게도, 지금 어멈의 집엔 창문다운 창문이 없기에.
무조건적인 넓은 창이 아니라 적절한 비율을 가지고 있고, 그곳이 어디든 그 풍경에 알맞은 비율의 창문은
하나의 그림이 되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분명 영향을 끼친다.
주로 정사각형이나 비율이 좀 더 극적인 직사각형의 창문을 좋아하는 편이며, 아주 작아도 되고, 아주 커도 되고, 바닥에 맞닿아 있어도 좋고. 어멈이 좋아하는 창문은 딱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풍경과 조화로 울 때의 창문이 가장 완벽해 보인다.
창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빛.
어멈은 스테인드글라스나 레이스 커튼, 패턴이 다양한 옛날식 창문 창살, 무늬유리 등을 사랑한다.
꼭 어떤 패턴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멋진 비율을 가진 창문을 통해 비치는 빛은 시간대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다 다르고, 비치는 양도 달라서 창문과 조화를 이루며 하루 종일 최고의 그림을 그려낸다.
빛은 다양한 형태로 창문 꾸며주기가 가능한데, 풍경이 좋은 창문의 빛은 금상첨화이고
만약 풍경은 좋지 못하더라도 빛이 충분히 들어오는 창문은 얼마든지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수 있다.
풍경이 좋지 않은 창문일 때 커튼을 활용한다던지 아니면 컬러 유리를 활용해서 새로운 공간이 되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어멈의 집의 창문을 암담해하기 전에 리뉴얼해봐야겠다 싶다. 시급하다.
창문을 선택하는 또 다른 요소인 풍경.
풍경은 사실 선택이 그때그때 달라진다. 어떤 때는 한적했으면 좋겠고, 어떤 때는 복잡했으면 좋겠고 또 어떤 때는 하늘이 꼭 보였으면 좋겠고. 멋진 풍경이 아니어도 보통은 여유로우면서 기왕이면 하늘이 보이는 풍경을
선호한다. 만약 앞에 보이는 풍경이 바로 앞건물 벽이거나, 너무 답답해 보이거나, 사생활이 침해당하겠다 싶으면 그건 반투명 유리 혹은 컬러그래픽유리(스테인드글라스 등)로 가려주면 완벽한 조명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 창문의 매력인 것 같다.
르꼬르뷔제에게도 창문은 늘 중요했다.
그의 건축물에 어느 창문 하나도 허투루 만들어진 것은 없다. 계획과 조경을 충분히 고려해서 최선의 그림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어멈이 가장 좋아하던 건축물은 <빌라사보아(Villa Savoye)>라는 가정집 건축인데
고즈넉한 풍경을 고스란히 액자처럼 담아내며 자연 속에서 홀로 반듯한 듯 유기적으로 지어진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항상 그의 건축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손꼽아왔다.
하지만 지난 3월 막을 내린 르꼬르뷔제 전시에서 전시 관람 후 보게 된 VR영상을 통해 정말 생생하게 롱샹성당의 내부를 보고선 그 엄청난 빛과 그림자, 그의 핸드메이드 채색유리, 공간에 푹 빠져버렸다.
롱샹성당은 프랑스에 위치한 성당으로, 건물 자체의 비정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구조적 매력과 신비로운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물이다. 그의 다양한 건축물들이 각자 매력적인 창문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롱샹성당의 컬러로 채색된 창문들과 틈새로 빛을 머금은 구조들은 마치 르꼬르뷔제의 빛에 대한 이론을 몽땅 담아낸 것 같다.
그야말로 어멈이 좋아하는 창문과 빛과 뷰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표현되는 작품인 셈이다.
적절한 비율, 적절한 그래픽, 적절한 메시지, 적절한 공간과 빛이 모두 어우러져 정말 이상적인 종교의 공간이 완성되는 것 같았다. 그의 종교관과 다름으로 인해 처음에 롱샹성당의 건축을 거절했다는 것은 그런 완벽한 작품을 두고 얘기하기에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완벽한 롱샹.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
어멈은 그런 창을 꿈꾸며 오늘도 컴퓨터 화면을 원하는 풍경으로 바꿔본다.
언젠간 저런 풍경을 보며 살아야지 하는 꿈을 꾸며.
1. 르꼬르뷔제의 관련 건축물들과 그림등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르꼬르뷔제 재단 / http://www.fondationlecorbusier.fr]
2. 롱샹성당의 멋진 뷰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사이트.
[http://www.collinenotredameduhaut.com]
3. 본 글의 르꼬르뷔제 건축물 이미지는 [르꼬르뷔제 재단]의 사이트에서 인용 및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