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러(stealer)

20240527/월/맑음

by 정썰
#에어팟_오른쪽_유닛

훔치는 사람, 도둑이다.

이성이 마음을 훔친다거나, 1루 주자가 2루를 훔치는 경우를 제외하곤 부정적인 느낌이다.

'송스틸러'라는 음악방송을 가끔 보게 된다. 출연한 아티스트들이 다른 가수의 곡을 자신의 스타일로 새롭게 해석하여 부르는 예능 프로그램. 어제도 애써 찾아본 게 아니라 채널을 넘기다 우연히 만나 멈춰 섰다. 출연 가수들은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선택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부른다. 원곡의 가수가 방어전 형식으로 자기 노래를 부른다. 출연자들과 방청객들이 투표로 성패를 가른다. 커버송(cover song : 유명한 기존 곡을 다른 음악가가 재연주하거나 재편곡하거나 재녹음하여 만든 곡)이 유행인 흐름을 잘 잡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다. 어제는 고유진의 'Endless'를 따라 부르려다 살짝 우울해졌지만, 권진아가 '키스 오브 라이프'(처음 본 걸그룹이다)의 'Bad News' 스틸에 도전, 성공하는 과정에서 기분 좋아졌다. 노래도 노래지만 자기 노래를 스틸당한 후배들의 선배 가수에 대한 마음이 좋았다. 빼앗긴 게 기쁘고, 우리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다. 서로가 기분 좋은 스틸.


오른쪽 콩나물만 남았다. 아들한테 뺏겼다. 사실 싫다는 데 억지로 줬다. 무선 이어폰 한쪽을 잃어버리고 값싼 유선 이어폰 사서 쓰겠다는데(사실상 이게 스틸), 늘 음악을 귀에 달고 사는 녀석에게 양보하고 싶었다. 난 뉴스나 들으면 되니까. 내 소유물에 집착이 강한 내가 기꺼이 주고 싶었다. 여느 아빠의 심정을 잘 이해 못 하는 무딘 나인데. 나이가 들어서인가? 왼쪽 귀가 허전하지만 다시 음악으로 가득할 녀석의 귀가 행복할 거란 생각에 아무렇지가 않다.


내 삶에 아들은 신스틸러 정도였는데, 이제 주연처럼 자랐다. 심(心) 스틸러. 잘 올라갔나? 문득 궁금하다.




이전 24화게미피케이션(Gam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