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6/목/살짝 더움
‘손들어 움직이면 쏜닷! 브런치‘
‘쇳대’
…. ‘브런치!‘
‘쇳대’
탕! 그렇게 농담 속 병사는 총을 맞는다.
그날의 암구호 문어는 ‘브런치’. 답어는 ‘열쇠’였다. 지방출신 병사는 암구호를 열심히 외었지만…ㅠㅠ
아류작으로 답어에 ‘고구미‘가 있다.
암구호(暗口號). 군대 등 보안이 필요한 단체에서 사용하는 단어 문답에 의한 신호로서, 서로가 같은 보안조직의 구성원임을 인증하기 위해 미리 정해 놓은 문답이다.
문어와 답어로 구성되는 암구호는 매달 누런색 종이에 한 달 분이 찍혀 나오고 상단에 ‘confidential’이라고 붉은 도장이 찍혀있다. 탄통 등 자물쇠가 달린 용기나 서랍 안에 보관했고, 근무자가 당일 암구호를 근무자들에게 전파했다. 비밀문서다.
농담의 소재로도 쓰인 암구호가 뉴스를 장식했다.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3급 비밀 ‘암구호’를 군 간부들이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코인 투자에 실패한 대위가 사채업자에 암구호를 넘기고 100만 원을 빌렸다.
'까먹을까 봐' 여자친구 카톡 대화방에 암구호 적어둔 병사도 적발했다.
웃프다.
국회 국방위원장이라는 분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개최한 'KIDA국방포럼'에서 "젊은 병사가 없다. 50대, 60대가 돼도 건강하다. (이들이) 군에 가서 경계병을 서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분들로 스위치(교체)할 법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경계병 역할을 하는 50대, 60대에게 병사 봉급에 준하는 보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신박한 방안이다. 그의 창의력에 박수를 보낸다. 니가 가라 경계병.
군의 기강과 명예가 땅이 떨어진 지 오래다. 한 때 국방개혁을 꿈꾸던 청년장교, 군을 망치는 생계형 장교로 남을까 봐 서둘러 전역한 퇴역군인의 입장에서 민망하고 답답하다.
그 시절에도 연대장과 테니스 치며 진급한 대위, 밤새 술 마시고 하루종일 의무대에서 수액 맞고 뽀송한 얼굴로 퇴근하던 소령을 보며 근무했다.
전역한 후에도 작전실패를 조작해서 표창잔치를 벌이고 사건을 덮어버린 이야기도 괴담처럼 들었다.
바뀌긴커녕 더 곪고 썩어가는 군대.
그래도 소명의식으로 임무에 충실한, 진정한 군인들의 노고로 버티고 있는 게 다행이랄까?
오늘이 해병대 채수근 병장의 전역일이란다. 축하할 수 없어 아프고 미안하다.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