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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Oct 15. 2024

쓸모

20241015/화/흐리다 갬

#거치대 #휴대용 #랩탑 #테블릿

천 원에 샀나? 이천 원 이었나? 아무튼 당근마켓에서 싸게 산 휴대용 거치대. 몇 달 동안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치가 안 돼서.

속았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싸더라. 버릴까? 쓸모없는 물건.

일단 동그란 흡착고무를 바닥으로 고정시키고 다리를 벌려 길게 잡아 빼면 태블릿이 걸리는 돌출부가 위쪽으로 열려야 하는데 아래쪽을 향한다.. 뭐지?

미끌거리는 플라스틱 부분에 혹시나 하고 태블릿을 걸어본다. 걸릴 리가 없다. 불량품을 팔았구나. 당근에. 이런 나쁜…


오늘부로 쓸모 있게 되었다. 태블릿이 걸리는 방향을 위쪽으로 하고 이를 기준으로 세워보니 바닥에 붙을 거라 오해했던 흡착고무는 태블릿 뒤판에 닿는 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앞에서 볼 때 시옷 모양이 되어야 할 물건을 위에서 볼 때 시옷 모양이 되게 옆에서 보면 니은 모양이 되게 설치했으니 쓸모가 있을 리가.


설명서 없는 중고물품을 별다른 설명 없이 건넨 건 쓰던 사람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쉬운 사용법이었기 때문이다.

설명서 없는 중고물품을 별다른 질문 없이 받아온 건 내 허울뿐인 자신감  때문이었다. (나 건프라, 레고 조립하는 남자야)

고집스럽게 위에서 보기에 시옷모양을 주야장천 시도한 건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거치대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사람을 쓸 일이 뭐 얼마나 있을까마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다리가 쭉쭉 늘어나서 태블릿부터 랩탑까지 수용 가능하고 각도 조절도 용이하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가진 거치대를 나만의 방식으로 오용하다 버릴 뻔했다. 심한 욕과 함께.


사람이고 물건이고 그 본질을 잘 파악하고 그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게 써야 할 일이다.

당근 판매자님 잠시나마 심한 욕 한 거 사과드리고,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좋은 물건 싸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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