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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Oct 13. 2024

잡아야지~? 못 잡겠지?

20241013/일/ 맑음

#튀르키예_아이스크림 #잡아야지? #못_잡겠지?

종일 밖. 결국 못 잡았다 마감시간…ㅠ

아침 일찍, 평소보다 일찍 보은 축제 부스로 출근했다가 밤늦게, 평소보다 늦게 돌아왔다. 매일 연재. 위기의 열흘이다. 느는 게 꼼수다. 일단 한 줄로 막고 이어 쓰기 신공.ㅠ


통로를 중심으로 부스 건너편에 분식코너와 튀르키예 아이스크림 부스가 있다. 좌분식, 우튀아. 튀르키예 청년 셋이서 아이스크림과 케밥을 판다.

‘아이스크림 여기 있어요.’, ‘아가야 예쁜 엄마한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해~’, ‘언니 오빠한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해~’, ‘진~짜 맛있어요’. ’존맛탱 아이스크림‘으로 시작.

그 후로는 우리 모두 잘 아는 멘트의 반복이다.

‘집아야지~?’, ‘못 잡겠지?’ ‘멍충멍충’. 기다란 쇠막대를 이리저리 돌려서 간절한 손길을 잘도 피한다.

잡았는가 싶으면 과자고깔에 담긴 거 같던 아이스크림 덩어리는 쇠막대기 끝에 달려 사라진다. 손에 빈 과자고깔(와플 콘)을 바라보는 꼬맹이는 어리둥절하고 한 발치 뒤에서 활영하는 엄마, 아빠는 웃음을 터뜨린다. 아이스크림 통 만한 덩어리를 퍼서 콘 위에 얹어주면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당황해서 순간 얼음, 또 하나는 강한 부정. 도리질하는 꼬마의 머리 위엔 ’아저씨 이건 아니죠‘라는 말풍선이 보이는 듯하다. 신기한 건 이 뻔한 장면을 하루종일 보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 아이스크림 사장님의 동작과 멘트는 무한 반복이지만 당하는? 고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반응이 격할수록 사장님의 애드리브도 폭발하고 공연시간도 늘어난다. 마침내 네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는 마지막에 발을 동동 굴러 아이스크림을 얻어냈고, 또 다른 아이는 사장님의 ‘잡아야지’ 첫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쇠막대기를 잡는 창의력과 담대함을 보였다.


잡으면 성공, 못 잡으면 실패로 갈리는 삶 속에서 잡아도, 못 잡아도 즐겁고, 결국엔 서로가 성공하는 작은 세상. 정말 맛있는 세상이 단 돈 사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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