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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Oct 12. 2024

... 답게

20241012/토/맑음

#答 #게 # 답게

아들이 내려와 오랜만에 세 명이 둘러앉은 밥상은 오랜만에 화제가 다양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서 작가의 책을 읽고 팔거나 빌려줬다는 아내의 말을 시발점(욕 아님...ㅋ)으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수상을 두고 쏟아져 나온 다양한 견해들... 을 제치고 단연 1등은 어제 아내가 탄 버스 안에서 생긴 일.


고등학생 또래로 보이는 여자 승객이 일회용 투명 프랜차이즈 커피 컵을 들고 버스에 오른다.

기사 : 학생 그거 들고 타면 안 돼.

학생 : 왜 안 돼요?

기사 : (기사석 옆쪽에 붙은 경고문구를 가리키며) 규정상 안돼.

학생 :  다 마셨다고요! 빈 컵이라고요!! (이 부분에서 데시벨이 높게 올라갔고 승객들이 주목하기 시작)

기사 : 빈 컵도 안 되니 버리고 타요.

학생 :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다구욧!

기사 :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커피 매장에다 버리고 타요.

학생 : 커피숍 멀다구욧!! (아내의 의견 : 정류장 바로 앞에 커피숖 있었음)

차가 선 상태에서 둘의 언쟁이 길어지니 가까이 있던 여성 승객이 중재에 나선다.

승객 : 빈 컵이면 그냥 가방에 넣고 타면 안 돼요?

학생 : 지금 넣으려 했다고욧!!!

그렇게 상황은 정리가 되고 버스는 약 5분 만에 출발.


우리 가족의 짧은 논평.

아들 : 불친절한 기사님들이 너무 많으신 듯.

아내 : 학생의 결기 어린 대꾸가 무서울 정도였음. 기존 승객들을 배려해서 일단 내린 후 버스 회사에 전화로 항의하는 게 어땠을까.

나 : 대단한 여학생. 답답한 기사님. 학생은 학생답지 못했고, 기사님은 어른답지 못했고.


결혼기념일이다.(기념은 나만의 생각일 수도...ㅋ 어쨌거나 저쨌거나 2003년 오늘 결혼식을 올렸다.)

가장답게, 남편답게, 아빠답게 살아왔는지, 살고 있는지... 잠시 반성. 앞으로는 똑바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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