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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Oct 23. 2024

삼삼한 여행

20241023/수/맑음

#여수 #딸기모찌 #찹쌀떡 #삼대

화창한 아침. 여행도 날씨가 반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2층으로.


호텔조식의 구성요소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뉴는 베이컨과 연어다. 일단 이 둘만 있으면 좋은 조식이라는 생각. 베이컨도 있고 훈제연어도 있다. 깊은 감명을 준건 아귀가라아게와 갓김치파스타, 그리고 꼬막 토마토 스튜 삼총사. 지역 특색을 살린 독특한 메뉴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예약해 둔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넘나들며 기분이 한층 좋아진다. 쏟아지는 가을 햇살을 받아 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 밤낮으로 열일하는 돌산대교 아래로 흐르는 배와 빨간 하멜등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동도. 한 5킬로 정도 바닷바람을 뚫고 걸어서 오동도를 돌아 하멜등대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이순신 광장으로.


점심은 ‘바다김밥’에서 모둠김밥을 사서 광장 스탠드에서 먹었다. 여행자의 특권. 갓참치김밥, 명란오믈렛김밥, 아귀채김밥, 계란김밥, 중화어묵김밥이 다섯 개씩 총 스물다섯 개의 꼬마김밥. 다 맛있다. 양도 훌륭해서 저녁까지 해결. 줄지 않는 줄에 녹아들어 한 삼십 분 정도 줄의 일부가 된다. 생딸기찹살떡(모찌) 6구와 해풍 맞고 자란 쑥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얻었다. 아이스크림은 좋아하지 않지만 쑥은 좋아하는 아내가 많이 먹으니 좋다.


‘3대 여수 딸기모찌’는 할머니가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딸이 잇고 지금은 손녀가 운영 중이라는데 뿜뿜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엔지니어 느낌이 나는 셰프 셋이 계속 떡을 만들어 내는 오픈된 매장 벽면에 사훈으로 보이는 글귀도 인상적이다.

’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 인무원려 난성대업(人無遠慮 難成大業)‘

오십여 년 전 할머니의 시작은 고되고 힘들었을 거다. 3대는 지나야 대업을 이룰 수 있구나.


순천역 근처 호텔에 아내와 딸기 찹쌀떡 하나를 내려주고 집으로 향했다. 졸린다. 계획대로 ‘춘향 휴게소’에 들러 잠깐 눈을 붙였다. 15분 타이머 설정 후 45분을 내리 잤다.

저녁 일곱 시에 도착.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반신욕. 아직 안 끝났다. 남은 김밥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후식은 딸기모찌. 적당히 달콤하고 말랑한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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