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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Oct 22. 2024

여수(麗水), 미수(美水), 약수(弱水)

20241022/화/흐리고 비

#돌산대교 #야경 #여수 #밤바다



내일 순천으로 현장답사를 가는 아내를 차로 데려다 줄 겸 여수로 1박 여행을 왔다.

세 시간 반. 온몸으로 불을 꺼 주인을 구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오수의 개로 유명한 오수휴게소. 운전 두 시간 만에 잠깐 허리 펴고 도로로 나서자마자 춘향이 보인다. 요즘 휴게소 이름이 예전 지명 표기식의 건조한 작명에서 벗어나 천안호두휴게소, 입장거봉포도휴게소 등 지역 특산물과 지명을 조합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걸 목격했지만 ‘춘향’은 파격이다. 여기서 쉴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올라가는 길에는 여기서 허리 펴고 가야지.


조금 늦은 점심을 먹으러 아내가 검색한 식당이 첫 목적지. 정겨운 식당 이름과 달리 세련되고 웅장한 건물에 살짝 놀랐고, 메뉴 가격에 많이 놀랐다. 대표 메뉴인 암꽃게장은 1인분에 무려 오만 원. 직원 아주머님의 표현으로 ‘저렴한’ 갈치조림 2인분에는 돌게로 만든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이 한 번의 추가 리필이 가능했고, 간장새우, 갓김치 등 밑반찬에 바다뷰 창가자리가 포함돼 있다. 저렴하다. 오랜만에 갈치를 먹었고, 올해 먹을 간장게장도 다 먹었다. 소화도 시킬 겸 오른 향일암은 명불허전. 원효대사께서 창건하셨다는 신라시대 고찰은 금오산 바위 사이사이로 이어진 아기자기함과 역시 바다뷰가 일품이다. 마치 섬처럼 눈 닿는 곳마다 바다가 보이는 듯하다.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하다는 예술랜드 조각공원 입장료 만 오천 원과 바닷가에 바짝 붙은 평점 4.9 커피숍의 커피값은 조금 아까웠지만 향일암이 무료였으니 됐다. 됐어.


 다시 비가 내리고 어둑해진 이순신광장에서 거북선 안팎을 둘러보고 다양한 디저트 가게 순례에 나섰다. 하나씩 모두 맛보고 싶었지만 딸기찹쌀떡을 비롯한 디저트 모두 대여섯 개가 든 상자로만 판매가 되고 있다. 내일 떠날 때 딸기찹쌀떡 한 박스만 사 가는 걸로 하고 숙소로 향한다.


체크인 한 늦은 저녁. 아직도 배가 부르다. 아임 스틸 풀. 2층 편의점에서 여행이 허락한 맥주 한 캔과 초당옥수수맛 과자를 사서 저녁을 대신한다. 맥주가 이토록 맛있는(美) 물이었던가! I can’t live if living is without you~  씻고 자야지. 내일은 여행의 백미인 호텔 조식이 기다리고 있고, 점심은 갓김치 김밥에 해물라면. 먹방투어인가?


여수에서의 하루.

바닷물은 곱고, 맥주는 맛있는데, 호텔 샤워기 물줄기는 약하다. 괜찮다. 창가로 번지는 돌산대교의 야경이 강렬하게 피로를 씻어냈으니…  Yes, I can’t forget this ev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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