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썰 Oct 20. 2024

보은, 잔치는 끝났다

20241020/일/ 때때로 맑음,  혹은 때때로 흐림

#대추들 #얼굴들

열흘 간 천막 생활이 끝났다. 비와 바람의 기억이 절반이지만 색다른 체험.

색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 상인들과 축제를 찾아온 수많은 얼굴들. 닮은 듯, 다른 듯. 누가 봐도 부자지간, 누가 봐도 자매지간인 사람들. 어우러진 남녀노소가 그대로 축제.

저렇게도 다양한 사람들이 그렇게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렇게도 조화로운 세상.


예년에 비해 방문객이 삼분의 일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고, 당연히 대추농가를 비롯한 상인들의 매출도 줄었을 거다.

어떤 면에서는 고생에 비해 보잘것없는 성과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

매년 축제를 주최하는 지자체나 상인회도 변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거 같고, 우리도 마케팅과 세일즈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한 열흘.


아무튼 축제를 준비하는 건 힘들어도 끝나는 건 잠깐이더군. 보은 뱃들공원에서.


p.s. 대학생 시절 최애 시 한 편을 억지로 엮어본다.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서른, 잔치는 끝났다>, 10~11쪽


이전 18화 방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