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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Oct 18. 2024

우중 이사

20241018/금/비

#포장이사 #우중이사

이사 가던 날 - 산이슬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 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 시절 그 어릴 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 아이 돌이는

각시 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이 노래를 왜 이리 생생하게 알고 있을까. 1976년 발매된 곡. 슬픔과 닮은 미묘한  어릴 적 감정이 아침부터 내리는 비처럼 내린다.


비 내리는 날 이사하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의 근원이 궁금한 건 나뿐 아닌 거 같다.  


‘안녕하세요. 멋진두견이53입니다.

옛날에 이사를 할 때는 손수레를 많이 이용했는데 비가 오면 비가 오지 않는 날보다 바퀴에 마찰이 적어지기 때문에 덜컹거림이 줄어들어 짐들이 파손되는 경우가 적었기에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생겼습니다 거기에 천둥번개가 치면 나쁜 잡귀들이 놀라 달아난다는 속설까지 있습니다.‘부터 ‘비 오는 날  이사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이고 해야잖아요 이것을 몸에 베이게 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성실히 하다 보면 부자가 된다 그런 뜻인가 봅니다.’까지 대부분의 대답이 비슷한 추측이다.

내 생각과 비슷한 의견 하나.  

‘머쓱한쭈꾸미69입니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밤에 손톱 깎으면 안 된다는 건 옛날에 전기가 귀해서 전기 아끼려고 낮에 깎으라고 생겨난 거라네요.

이사하는 날 비 오면 이사할 때 힘들고 다 젖고 하니까 좋으라고 비 올 때 이사하면 잘 산다고 한 거 같아요.

그리고 딸이 아빠를 닮으면 잘 산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것도 듣기 좋으라고 해주는 말이에요. 딸이 아빠 못생긴 얼굴 닮아서 슬퍼하는데 딸이 아빠 닮으면 잘 산다고 하면 기분 좋잖아요 ‘ 정확하게 내 생각과 일치한다.


우중 이사가 준 생각 하나.

이사업체에서 남자 넷, 여자 하나. 혼성 5인조가 오셨는데, 전과 다르게 모두 외국인이다. 한국말이 조금 서툴지만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고, 남자들은 유독 힘이 세고, 순박해 보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인 직원분들을 보며 진심 고마웠다. 이사비용이 과하다는 생각이 미안해지면서 함민복 시인의 ‘긍정적인 밥’이 생뚱맞게 떠올랐다

생각 둘.

이제 정리하며 살아야 할 시기. 몸뚱이 하나에 딸린 짐이 과하다. 다음 이사 전까지 지속적으로 버리고, 늘리지 않기. 다짐.


나이 탓 인지, 날씨 탓 인지. 유독 힘들다. 계획상 이제 한 번 남았다. 두 번은 못 하겠다.


돌이는 울지 않아도 된다. 각시 되어 놀던 내가 바로 같은 동 옆 라인으로 이사 갔기 때문이다. 3층에서 6층으로, 구조가 조금 바뀌었지만 낯설진 않다.

다만 무척 피곤할 뿐이다. 잘 자고 내일부터 부자 될 준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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