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금/맑음
저거 산 거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 청소를 시작한 아내가 발끈했다.
며칠 전 당근거래를 통해 구입. 분해해서 차 뒷좌석을 다 접어 싣고 온 만원의 행복. 아내의 눈을 피해 들이기 위해 며칠 차에서 지냈다.
어제 아내가 운동 간 틈을 타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베란다에 설치했다. 방학맞이 겨울잠에 든 아들 녀석의 도움이 없어서 간신히 아내 복귀에 맞춰 조립 완성.
거실 왼쪽 절반은 늘 커튼이 드리워져 안에서 보이지 않는다.
내년 이사 전까지 일 년 정도만 알차게 쓰고 버리고 갈 작정이다. 한 달에 천 원이 안 되는 개꿀 투자.
운동의 가장 큰 적은 중간 과정이다. 가까이 있으면 고민과 준비의 과정을 줄일 수 있다.
방학으로 내려온 아들과 나의 근력 향상을 위해 고뇌 끝의 비장한 준비.
아내의 잔소리가 뒤를 잇는다. 예의 레퍼토리의 반복이다. 반은 흘려듣는다. 아들을 위해 샀다는 진실은 통하지 않는다. 또 아들 핑계냐고. (좀 억울한 대목)
내년까지 숨겨두려 했는데 들켰다.
잠에서 깨 거실로 나온 아들 녀석에서 툭 던졌다. 아내가 또 뭐라 한다.
농담이지 엄마.
아내한테 내 농담은 잘 통하지 않는다. 아무튼 하루 만에 들켰다. ㅋ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리 말하지 않은 건 반드시 사서 설치하겠다는 집념 때문이다. 분명 반대할 테고 어차피 혼날 거니 앞단을 제거한 거다. (잘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상식적이지 않다.(적어도 나만 그런 거 같진 않다) 하루라도 더 미루고 싶은 거다. 그리고 멍청한 생각이지만 혹시 시간이 좀 흐르면 아내가 원래 있었던 듯 자연스레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망상도 한몫한 거 같다.
정치인들 욕을 그렇게 해대며 사는 요즘. 이 비합리적 행동은 내란 동조자가 된 듯해 잠시 반성을 해본다.
오늘은 너무 추워서 내일부터 아침에 치닝과 디핑을 정례화할 생각이다. 그리고 다음에 당근에서 뭘 사기 전에 아내와 의논해야지. 아니 이제 안 사야지. 아니 안 사도록 노력해야지.
오늘도 하루종일 정치인들이 속을 뒤집었다. 쉬는 날도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