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8/토/흐림
라디오 사연을 듣다 보면 설마~하는 내용들이 종종 있다. 상품을 노리고 지어 만든 얘기가 아닐까 싶은.
아주 오래전 얘긴데 아직도 잊히지 않고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새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자동차 여행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 간 엄마가 타지도 않았는데 냅다 출발해서 한참을 가다 화난 엄마의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려 갔다는 어느 아빠의 얘기.
매일 일기를 쓰고 그리자는 약속도 버거울 때가 있는데 호기롭게 수요일 연재를 하나 더 늘린 지 6주 차. 주말을 지나는 시점에서 셀프리마인드(self remind)를 하고 월요일쯤 되면 마음이 급해지며 긴장하다 화요엔 머릿속에라도 글을 끄적이며 정리해 본다. 글의 완성도를 떠나서 수요일 자정 전까지 무조건 한 편 올리는 일. 쉽진 않지만 이렇게 제동이 걸릴 줄 몰랐다. 크리스마스에도 출근을 했으니 주중에 찾아온 공휴일의 영향도 아니었다. 분명 화요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내일은 연재일. 그리고 훌쩍 27일. 응? 목요일? 수요일이 증발해 버렸다. 아! 어제 글을 안 쓰고 지나갔구나.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출근길에 챙겨야 할 게 다섯 개라면 가끔 한 개씩은 빼먹고, 아 맞다! 하고 방으로 가서는 뭐 하러 왔지? 멍해지기도 하고. 주차장에서 차 문을 힘차게 당기다가 키를 두고 왔음을 깨닫고 분개하기도 한다. 아내의 핀잔에 아무렇지 않은 채 하지만 사실 조금 두렵기도 하다. 머리 작을수록 치매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에 자꾸 신경 쓰인다.
자주 지나며 보던 건물이나 간판을 보며 '어? 여기 새로 생겼네~' 쉽게 튀어나오던 농담도 요즘은 자제한다. 아내가 불안해할까 봐.
한가하다. 한가하면 안 되는 주말저녁인데. 한가하다 보니 6시. 일본어 단어퀴즈가 배달되었다.
ものわすれ [物忘れ]가 두 번째 문제. 오늘의 글감은 운명인 건가? 한 무리 손님이 다녀가시고 6시 40분.
퇴근 준비하자. 출퇴근 시간 안 까먹으면 됐다.
쉽게 잊히지 않을 사건의 중심을 가로질러 살고 있다. 기억을 왜곡하며 자꾸 진실을 잊으려는 자들의 몸부림을 지켜보다 한 주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