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크리스천 #이찬수 #Zior_Park
'복에 복을 더하여 주시고, 지경을 넓혀주시니 감사합니다.'
기도는 늘 어려웠다. 특히, 크리스천의 기도는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도를 안 하게 된다. 기도 내용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감사를 표현하라는 조언(?)에 짧을수록 자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버무려 매일기도 문구를 하나 정했다. 식전 기도를 비롯한 모든 기도 앞에 이 문구를 붙였다. 뒤에 '잘 먹겠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정도만 붙이면 되니 기도의 생활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마음으로 기도하지 않고 입으로 한다는 걸 알아버렸다. 현실은 있던 복도 사라진 듯했고, 지경은 자꾸 아래쪽으로만 넓혀주시는 듯했다. 감흥 없는, 진실되지 못한 거짓 기도가 된 건 아닌가.
전 직장에서 쓰던 종이 자료들을 버릴 겸 정리하다 인쇄물 한 장을 따로 빼두었다. '새 아침의 기도' 2014년 2월 12일 수요일. 기독교 사이트를 통해 매일 아침 기도 한 장씩을 메일로 받았었다. 기도를 잘 못하니 매일 아침 메일을 열어 쭈욱 읽고 휴지통에 버리곤 했다. 매일매일 이런 장문의 기도글을 쓰고 나눔에 감탄하면서. 매번의 내용에 공감하고 감동하였지만 그날, 10년 전 기도문을 따로 인쇄해서 책상 유리 아래 끼워두고 내 기도문으로 삼았다. 그때도 깊은 공감이 있었겠지만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게 꼭 맞는, 맞춤형 기도다.
용기를 주소서
사랑의 주님!!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머물게 하며,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사랑의 주님!!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 모든 일에 인내하게 하시고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
사랑의 주님!!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시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키며,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게 하시고 그 사람의 가치와 모습을 빨리 알게 하소서
사랑의 주님!! 사람과의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하며, 나이가 들어 쇠락하여질 때도 삶을 허무나 후회나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을 좋아하게 하소서
사랑의 주님!! 폭풍이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게 하시고 고난을 통해 성숙하게 하시고, 건강하게 하시며, 내 삶과 생각이 건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소서
질서를 지키고 원칙과 기준이 확실하여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도록 하시고 성공한 사람보다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시며, 언제 어디서나 사랑만큼 쉬운 길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늘 그 길을 택하게 하소서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업무용 수첩 맨 첫 장에 붙여두고 아침마다 기도드린다. 점심을 먹으며 이찬수 목사님의 짧은 설교를 1.5배속으로 듣는다. 이게 다시 시작하는 나의 예배다. 밤에 잠들기 전에도 기도문을 읽어야겠다. '나 점검표'로 하나하나 체크해 가며 하루를 정리해야겠다. 예배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다시 용감해질 때까지 이렇게 살아봐야겠다. 하루하루가 예배가 되도록, 광야를 걷는 예배자의 마음을 닮도록.
I'm still f***ing christian
Though I'm wearing new “Christian”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