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을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를 그리워하며
어쩌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는데 한창 지구 관종이를 자처할 때 흘러 흘러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을 읽게 되었다니. 세상의 도가 텄을 나이에 연애소설을 읽는 것이 낙인, 대자연 속의 할아버지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 만물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할아버지가 ‘사랑’ 이야기에 설레는 건 당연한 것인가?
그러다가 한창 재작년에 코로나가 여러 사람들을 이 세상의 삶을 끝내게 했을 때, 루이스 세풀베다의 이곳에서 삶도 정지가 되었다. 환경운동가인 그가 코로나로부터 삶의 중단 선언을 거절할 수 있었다면, 코로나 인해 환경이 조금 나아진 - 물론 티가 전혀 안 나긴 하지만 - 모습을 보고 기뻐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올해는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기원하며,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루이스 세풀베다를 그리며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은 정말 연애소설을 읽는 독자가 된 것처럼 코 끝이 간질간질하며 설레다가,
자주 마음이 아프다.
그는 글을 읽을 줄 알았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젊은 시절엔 문명사회인이었던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사랑하던 와이프와, 고향의 잔소리에 고향을 등지고 밀림을 떠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밀림에서 유일한 가족이었던 와이프를 잃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고 끝에 또 다른 가족들인 밀림의 수와르족을 얻고 이들에게서 밀림의 생활의 지혜를 배우고 익히며 동거 아닌 동거 형태로 살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다시 혼자가 되어 문명사회에 가까워지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여러 책을 읽기는 했지만 최애 장르는 사랑이라며, 사랑 타령을 하는 귀여운 할아버지 노릇도 잠시. 노터치 해야 할 아마존을 파괴하며 터줏대감 살쾡이들을 잘 못 거 드린 양키 노다지 꾼을 때문에, 또 재수 없는 읍장 뚱땡이에 바람잡이 때문에, 필요하지 않으면 살생하지 않는 원주민들의 원칙과 반대로 살쾡이 사냥을 나서게 된다. 하지만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사냥꾼은 아니다.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다행히 소설 끝 장까지 살아남아 연애소설을 계속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현재 아마존은 이 소설의 보다 훨씬 더 불행해졌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코로나로 곤돌라 운행이 줄고 관광객이 줄어 베네치아의 수로가 깨끗해졌다는 기사가 떠 올랐다.
( 언제나 다시 가 볼 수 있을까) 또 반대로 다이빙하면서 마주했던 많은 쓰레기들이 떠올라 마음이 안 좋기도 했다. 문명사회는 우리를 껴 앉고 있어주는 대 자연 그 자체를 바라보면 공존 해갈 수는 없는 것일까?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읽어보지 못한 루이스 세풀베다의 또 다른 글들을 읽어보며 그가 남기고 간 선물들을 잘 챙겨보아야겠다.
아마존도 베네치아도 더 건강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