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화가 온 친구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으며,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무뚝뚝 하지만, 미소에는 인색하지 않은 친구. 힘든일도 아픈 일도 그저 괜찮다며 미소 짓던 친구. 그런 친구의 가라 앉은 목소리가 무엇인가를 예감하게 했다.
통화하기가 괜찮으냐는 질문 이후에 쏟아져 내는 그 친구의 흐느낌은 나를 너무나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토록 격정적인 감정을 쏟아 내는 사람이 내가 알던 그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울고, 흐니끼며, 중간 중간 울음에 먹힌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그 친구가 마음이 너무 아픈서 어찌 할바를 몰라 전화 했단다. 그리고는 원래 이렇게 아프냐고, 왜 이렇게 유독 지금이 아프냐고 물어 보는 그 친구의 말에 나는 "그래, 그렇게 아픈거야." 라고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아픈거야. 아파야 할 때는 아파 하는거야. 아픈데 아프지 않은 척 하지마. 아픈거 다 알아. 그리고 그렇게 아파 하는게 니가 한 사랑에 대한 예의야. 니가 사랑했던 만큼 아플꺼니까. 쉽게 생각하지마. 단순하게 아파하는 걸로 끝나지 않을꺼야. 조금 지나면 잘해주지 못했던 것만 생각나고,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괴롭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끝까지 잡을껄 하는 후회도 있을꺼야. 그런 것들이 잠도 안재울 테고, 밥도 못먹게 만들꺼다. 근데, 그렇게 아파해야 하는게 맞는것 같다.
그 시간이 지나고 아픔을 흘려 보낼 수 있을때 쯤엔 넌 분명 많은걸 느낄거다. 니가 그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될지, 아니면 정말 끝나 버릴지. 혹은 다른 사랑을 찾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 시간들이 너를 키워 낸 이후가 될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그렇게 아파해. 아픈걸 외면하고 회피 하지마, 지금 아픈건 당연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