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글손 Apr 10. 2024

군사부일체 경남도민일보 아침을 열며 칼

군사부일체     

앞뒤 모습이 같은 아버지와 스승의 참된 모습

민주(民主)의 정신을 바로 세우는 리더의 역할을 해주길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초등(국민)학교 4학년, 초여름에 든 어느 날, 한창 떠들썩하게 교실을 돌아다니며 도시락을 먹었다. 5교시가 시작되고, 소사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열었다. “진석이 너거 아부지 오데 아푸시나? 얼른 집에 가 봐라.” 그길로 논두렁을 뛰어넘다시피 집으로 달려갔다. 머리를 풀어 헤친 어머니가 나를 맞았다. 방에는 배만 볼록 부르고 한껏 야윈 아버지의 차디찬 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정말 부지런히 일하셨다. 6남매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논도 밭도 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수레조차 다닐 수 없는 논두렁길을 몇 번을 오가시며, 농작물을 지게 져 나르셨다. 자연스레 새벽부터 들에 나가 일하시고, 늦은 밤에야 오셨다. 그래도 자식들에겐 늘 따뜻한 정을 베푸셨다. 따뜻한 말이 넘치진 않았지만, 그 마음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마을 일에도 정성을 다했다. 마을 어른들도 아버지를 칭찬하셨다. 아버지 덕분인지 형제들도 마을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산다고 생각된다. 자식은 부모의 앞모습에서 느끼고,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올바른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삶의 커다란 행운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우리는 수많은 선생님을 만난다. 그중에 내 삶의 바른길을 잡아주시는 스승을 한 분이라도 만난다면 어찌 행운이라 하지 않겠는가. 스승의 특별한 말 한마디보다 묵묵히 건네주시는 무언의 응원이야말로 진정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돌아보면 모든 이에겐 그런 스승 한 분은 계시리라 생각된다. 미처 깨닫지 못했더라도 우리 삶은 그들의 앞모습에서 배우고, 뒷모습을 보며 따라가는지도 모르겠다. 

  부족을 이루고 살던 시대에 부족장은 부족의 앞날을 제시하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부족장의 희생과 봉사는 부족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반대로 섣부른 판단은 부족 전체의 존재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부족민은 부족장을 뽑을 때 더욱 신중하게 판단했을 것이다. 서로를 잘 알았기에 좋은 부족장은 선출하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세상이 복잡다단해지고, 부족 국가, 왕국, 연합 왕국의 형태로 변하면서 힘을 가진 소수에 의해 장(長)이 선출되면 그 왕국은 권력 앞에 자유를 잃고 어둠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세상의 역사는 민주(民主)가 사라지고 말았던 시절도 있었다.

  다시 민주(民主)의 시대다. 동시에 3차원 세상이다. 하지만 신기하게 3차원을 살면서 2차원의 세계를 본다. 입체적인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하나의 평면에 불과하다. 숲속을 살피며 동시에 숲을 볼 수 없고, 숲을 보면서 동시에 그 숲속을 세세히 살필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앞모습을 보면서 동시에 뒷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이 세상에 나갈 때쯤엔 한창 선거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결과든 다시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리더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이들이길 바란다. 단순한 평면적 시각을 넘어 입체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살맛 나는 세상을 열어가길 바란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지금 우리에겐 필요한 리더의 모습이다. 리더를 견제하는 또 다른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와 스승처럼 그 앞모습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뒷모습을 보며 따를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시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이 시민을 위해 사용되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5년 7월 21일에 쓴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