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구름 아래, 삶의 파편들이 모여 그림이 되다
추석이라더니, 쨍한 가을 햇살 그리운데 구름과 날리는 비. 그래도 그 아래 스쳐 지나가는 시간들이 마냥 꿈만 같았다.
흩어진 가족들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온전한 그림이 되는 순간들. 어쩌면 명절은, 그 익숙한 의무감 속에서도 가장 진솔한 '우리'를 마주하는 시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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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 배인 고향집, 삼형제의 '찐' 회포
토요일, 묵묵히 저녁놀을 맞이하는 시골집 마당에 삼형제 아재들이 모여 앉았다. "야, 그때 그 얘기 기억나냐?" 술잔이 오가는 사이에 묵혀둔 지난 세월의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졌다. 때론 티격태격해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 어릴 적 흙장난하던 꼬마들이 어느덧 흰머리 성성한 아저씨가 되어 마주 앉아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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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시장, 염소탕 한 그릇에 담긴 삶의 맛
일요일 아침, 냄새부터 고소한 고성 시장에 떴지 뭐야? 시장통은 역시 활기 그 자체였다. "이모! 여기 염소탕 세 그릇이요!"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염소탕 한 그릇에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란.그리고 또 뭐? 조기랑 민어, 기타 등등 장바구니에 가득 채우면서, 세상 뿌듯한.
먹는 거에 진심인 편이라 이런 게 행복이더라.
오후엔 삼형제에 조카 아들내미, 그리고 아내까지. 북적거리는 소리 자체가 정겹더라. 별 대단한 이야기 아니어도, 서로의 삶에 대한 안부를 묻고, 웃고, 때론 같이 한숨 쉬는 시간. 그렇게 '사는 이야기'들이 쌓여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거겠지.
엄마의 빈자리, 그리움은 깊어가고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 이야기를 나눌 땐, 잠시 공기가 가라앉기도 했어. 그래도 엄마 생각하는 우리 마음은 언제나 똑같으니까. 그 자리에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 부모님이란 그런 것 같아.
땅과 함께, 삶의 지혜를 심다
그리고 우리는 갑자기 농부 모드 ON! 시금치 밭 갈고, 늦기 전에 마늘 심고, 곧 무씨도 뿌릴 계획을 세웠다?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는 행위에서 오는 평화로움이란...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행복이 아닐까 싶었어. 뭔가 철학적인데? 하... 역시 난 좀 깊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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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모든 가족이 모여 별처럼 빛나던 밤
월요일, 드디어 추석 당일! 사형제 가족이 모두 모였다. 시끌벅적한 잔치 같았어.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끊임없이 오가는 이야기꽃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지. 아이들의 재잘거림, 어른들의 덕담,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웃음소리들. 평소엔 이런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여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게 진짜 삶의 보물 아닌가?
일탈의 자유, 그리고 새로운 풍경 속에서
화요일엔 잠시 가족이라는 큰 굴레를 벗어나, 친구를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명절 내내 쌓인 스트레스... 까지는 아니고, 그냥 '내 시간'을 누리는 즐거움이랄까? 오래된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편안하고 힐링 그 자체야.
그리고 수요일! 처가 모임으로 김해에 갔다? 수로왕릉의 고즈넉함과 봉황단길의 감성적인 분위기...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은 언제나 흥미롭지. 게다가 김해 레일바이크라니! 칙칙폭폭, 폐달 밟으며 달리는 기분,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꽤 신선했다니까?
이제 막 숙소에 도착해서 저녁 먹을 준비 중이야. 오늘 밤도 배불리 먹고,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되네.
이 긴 연휴 동안,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어쩌면 삶이란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그 속에서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채워가는 퍼즐 같은 것 아닐까. 꽤 힙한 추석 연휴였다, 안 그래? 다들 잘 마무리하고, 다시 파이팅 넘치는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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