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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삶의 끝자락에서 배우는 삶

엄마와의 마지막 순간들: 돌이킬 수 없는 후회와 배움

by 김원자 Dec 24. 2024

루이제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라는 책이 있다. 거기에 주인공 니나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떤 노 할머니의 임종 무렵을 간병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루하루가 인식의 연속이다. 삶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작품 속 간병 과정은 인간의 삶에서 흔히 간과되기 쉬운 '마지막 순간'의 중요성을 조명하며, 몇 가지 성찰을 준다.

삶의 유한성과 죽음의 필연성이다.

니나는 임종을 앞둔 노인을 간호하며,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일부분임을 깨닫는다. 죽음은 단순히 생의 끝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반추할 기회로도 작용한다는 것.

두 번째는 돌봄 가치의 재발견이.

간병 과정에서 니나는 노인의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내면의 두려움과 외로움에도 함께한다. 이는 간병이 단순한 노동을 넘어, 사랑과 연민, 인간관계의 본질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험은 독자에게 타인을 돌보는 행위가 단순한 책임이 아니라 삶의 한 형태임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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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니나는 간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노인의 태도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는 간병이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간병자와 환자가 서로에게 교훈을 주고받는 상호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노인의 마지막 순간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니나는 노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며, 이는 현대 간병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생의 한가운데’. 젊은 날, 그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끌렸다. '생의 한가운데'라니, 그 말속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제목이 내 삶과 이렇게 맞닿아 있을 줄은 몰랐다. 운명 같다고 할까?


나 역시 어머니를 돌보는 동안, 니나처럼 비슷한 질문과 마주했다. 어머니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다 멈춘 듯한 순간들이 많았다. 말수가 줄어들고, 기억이 흐려져가며, 이 세상과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한 모습. 그 속에서 나는 그저 가만히 묻고 또 묻는다. 삶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인가?


간병이란 단순한 일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관계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체온을 느끼는 일, 눈을 마주치고 작은 미소에 응답하는 일. 어머니의 기억 속에 남은 단편들을 조각 모으듯 듣는 일. 때로는 어머니가 내 이름조차 잊는 순간에 머릿속이 새하얘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조차 나는 알아챘다. 어머니와의 교감은 이름을 넘어서 존재 자체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몸은 쇠약해지고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어머니는 여전히 내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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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은 나를 돌아보게도 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내가 어떤 딸이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니나가 간병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듯, 나 역시 어머니와의 시간을 통해 배웠다. 삶은 결국,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깊이 느끼고 사랑으로 채우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삶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어쩌면 그것이 이 여정의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른다. 니나가 그랬듯이, 나도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시간 속에서 삶의 무게와 아름다움을 배우고 죽음이 이별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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