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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28. 2020

'봄'이 왔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강아지가 불쑥 함께하게 되었다. 이미 정원 초과인 크기의 집이다보니 어찌해야하나 걱정이 되었다. 이참에 짐을 줄이자며 옷과 물건들을 정리했는데 이건 뭐, 자갈밭에서 돌하나 버린 수준이니.

미니멀에 대한 꿈이 있어 물건을 더이상 잘 사진 않지만 이미 사둔 물건들을 버리기도 아까워 수명이 다 할 때 까지 쓰고 버리자는 마음인데, 다 쓰고 미니멀라이프까지 가려면 족히 10년은 잡아야 할 듯 싶다. 버리고 싶진 않고 팔자니 팔정도의 물건들도 아니고.


아무튼 작은 집에서 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사람 하나가 살게 되었다.


9시에 자고 5시쯤 일어나는 원래 하던 나의 생활에 5시 반에 산책을 나가는 일상이 더해졌다. 강아지가 고양이 밥을, 고양이가 강아지 밥을 먹어데서 정해진 시간에 밥을 주고 그걸 지켜보고 치우는 일상도 더해졌다. 내가 뭘 하든 딱히 관심을 두지 않던 고양이들과의 생활에서 어딜가던 껌딱지처럼 붙어다니는 강아지가 생긴 일상이 더해졌다.


초반에는 말 안듣는다고 혼내는 횟수가 많았는데 같이 먹고 자고 걷고 놀다보니 정이 들어서인지 강아지가 뭘 하든 예뻐 보이기 시작한다. 다른건 다 필요 없고 사랑만 달라며 꼬리를 흔든다. 만져달라고 손을 치고 혀를 내밀고 세상에서 가장 맑은 눈으로 쳐다본다. 하루중에 한번정도 곁에 오는 고양이의 행동은 귀해서 그때는 저만치 밀려나지만 그 외의 모든 시간을 내 옆에 붙어 지낸다.


계획한 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이랬다.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랬다. 그런데 또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인생이랬다. 강아지가 나에게 온, 나와 살게 된 이유가 있겠지.


잘해보자 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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