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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06. 2019

어쨌거나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았다.

포스트잇에 원하는걸 하나 하나 적어서 벽에 붙여두었다.

덕분에 벽이 알록달록해졌다.

누가 읽으면 창피할정도로 솔직하게 적었다.

아무래도 집에 누군가를 부르기는 글른 듯 하다.


어느날 부터인가 바짝 깎은 손톱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십대의 대부분을 긴 손톱으로 지냈는데 삼십대의 대부분은 바짝 깎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손톱으로 보냈다. 조금 튼다 싶으면 바세린을 손에 묻혀 손톱을 반질반질하게 닦아주는 버릇도 생겼다. 손톱깎이가 필수품이 되어 파우치에 항상 넣어두는 물건이 되었다.

그렇게 바짝 깎아 잘 손질한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게 좋아진다. 세수를 할 때에도 설겆이를 할 때에도 빨래를 걷을 때에도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을 때에도 청소를 할 때에도 글을 쓸 때에도.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어느덧 하나하나 천천히 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천천히.


천천히 하나하나 신경쓸 때의 기분이 좋다. 세상을 따라가다 보니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시간이 흘러 버렸다. 이제서야 나답게, 나로 살아가는것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은데, 그래서 더 덧없이 흘려보낸 지난 세월이 이렇게 아쉽나보다. 그때 알았더라면 지금쯤의 인생이 달랐을까. 그렇다 한들 인생을 다시 살아도 나는 나이니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똑같이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세이를 쓴다.


무언가 글을 쓰고 싶은데 워낙에 집순이인지라 어떤경험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 집 밖으로 나가야 하나. 좀 돌아다녀야 하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만 두기로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그 속에서 감동을 느껴나가기로 한다. 억지로 나간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겠지. 그래, 어딘가 가고 싶을때 가고 보고 싶을 때 보자.


그리고는 다시 손톱 정리를 한다.

매일 같은 방식으로.

짧고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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