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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19. 2017

두시 오분의 어느날.

서점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도 할 수 있는 곳이기에 노트북을 펴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선 남들 모르게 눈을 굴려가며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몰래 훔쳐보았다.


저 여자분은 무언가를 손으로 열심히 적고 있고

저 여자분은 핸드폰을 하고 있고

저 할아버님은 이제 가려고 짐을 싸고 계시고

저 남자분은 책을 보다가 잠이 든 것 같고

노트북을 하던 여자분은 방금 자리를 떠났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함께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떠난다.

무언가를 손으로 적던 여자분도 떠나려고 자리를 정리한다.

읽던 책도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말았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 그렇게 하던 일을 멈추게 한다던지 걷던 길도 멈추게 하는 노래를 만나곤 한다.

심지어는 나지막히 이런 노래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를 드리게 된다.


하늘 한번 쳐다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 한번 둘러 보고 책을 다시 들춰보고 가만히 턱을 괴고 멍하게 있다가 문득 생각했다. 천천히 살아가자고. 인생을 천천히, 최선을 다해 모든걸 다 느끼면서 살아가자고. 지나가는 사람도 떠나가는 사람도 흘러나오는 노래도 하늘의 모양 공기의 냄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들려오는 소리들 발의 감촉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고.


어쩌면 이 모든것들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에 온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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