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설렘에 대하여
언제부터 들뜬 마음이 낯설어진 걸까.
마음은 늙고 싶지 않은데 어릴 때처럼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상처는 점점 두렵다.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설렘을 포기하고,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우려다 자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좋으면 별 수없이 좋다고 말하고 싶어 진다. 예쁘다, 착하다는 말 대신 좋다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예쁘다는 말은 그 안에 웃음과 마음, 그 빛나는 모든 것을 가둬 얼버무리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잘 모른다. 그럼 너의 웃음 앞에 무슨 말이 어울릴지. 그래서 나는 그저 좋은 것일까. 더 망설이지 않은 걸까. 만약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지 않는 게 덜 좋아하기 때문이라면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난 어떡할까.
이렇게 점점 망설이지 않기를 망설이게 된다. 그래도 나는 마음의 크기에 자신이 있다. 비록 관계를 잘 다듬어나가기 위해 숨 죽여야 할 그 순간을 참지 못하는 것이 본성에 불과하다 한들 화들짝 놀라게 하는 뜨거움처럼 입을 막아도 튀어나오는 재채기처럼 다 들켜 버리는 것이 창피하진 않다.
하지만 정작 돌아서면서 후회막심할 땐 스스로 다독인다. 진심이란 어떻게든 전해질 거라고 내가 가진 희망의 끈을 모두 걸어 둔다. 좋아하는 일을 망설이지 않는 이에게 망설이며 좋아해야 하는 일은 어렵다. 망설이지 않고 싶다. 이게 어리석음이고 무책임이라면 그냥 어리석고 무책임해지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