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추억에 대하여
한 이야기를 알고 있어
꽃 한 송이가 피고 지는 시간에 관한
반짝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야
두 사람은 어떤 꽃잎이 나올지 모른 채
수줍은 그것 앞에서 마음을 나눴어
뜨거운 태양 서늘한 새벽 공기를 거쳐
값싼 포도주 향이 풍기는 흙길을 따라
스무 개의 손가락이 하나 또 하나
펼치고 엉키듯 입을 벌린 것은
꽃이었어 정말
믿을 수없을 정도로 매혹을 지닌
붉은 듯 노랗고 검은 듯 눈부셨지
휘몰아치는 불꽃같이
삼키고 토해내고
감싸 안다 또 놓아버리는
파도처럼 일렁이면서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부터야
언제나 그렇지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서
밤은 매일 길었고
어둠이 수없이 지나는 동안 꽃은 서서히
작은 줄기가 되었어
언젠가 피었을 거라 짐작할
조용한 울림만 남아서
잘있어
시간이 헛되었다 말하지 않기 위해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유쾌하게
이 날들 앞에
아마 넌 기억 안 할지도
꽃은 언젠가 피었을 거야
그리고 어디선가 다시
그렇게 되겠지만
아마 다를 거야
아주 똑같은 이야기는 없으니까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날의 마지막과
같지 않을 뜨거움
색채 그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