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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Oct 29. 2024

딸 아이의 영어 인터뷰


내 미국 석사 유학 직전에 딸 아이가 태어났다. 미국행 비행기에 탔을 때가 100일이 갓 지났을 무렵이니 완전 갓난쟁이 아기 때였다. 그렇게 2년을 미국에서 생활했고 재작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따라서 한국으로 올 당시 아이가 가진 기억은 온통 미국에서의 생활뿐이었다. 동네 주민도 미국인, 오빠 친구도 미국인, 엄마 친구도 미국인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농담 삼아 “너 어디서 태어났어?” 하고 물으면 늘 “미국”이라 답했고, “그러면 너 어디 사람이야?” 라고 물으면 “미국사람” 이라 답했다. 우리는 그게 너무 웃겨서 “아 우리 딸은 미국사람이구나” 라고 놀리면서 자주 묻곤 했다.


미국 다녀온 후로 세월이 꽤 지났고 그러는 사이 딸 아이도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 어린이집 다닌 지도 2년이 다 되어가고 한국 친구들도 많이 생겨서 매일 같이 놀고 있다. 한국말도 곧잘 한다.


요즘에도 가끔 놀린다고 “너 미국사람이야?” 라고 묻곤 하는데 여전히 “응..“이라 답하기는 하는데 예전보다는 망설임이 느껴진다. 이제는 온통 한국사람들 속에 파묻혀 살고 있으니 혼란이 올 만도 하다. 물론 만 4세가 되면서 부쩍 크기도 했다. 


여전히 만화는 영어로 보고 있는데 그림만 보는 건지 듣고 이해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어 말하기를 시키거나 영어로 물어보지 않으니 영어를 잘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엊그제는 아내가 메신저로 동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어린이집 영어시간에 녹화한 딸 아이의 영어인터뷰 동영상이었다. 아무 기대 없이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런데 너무나 신게 하게도 딸 아이가 또박또박 영어대답을 곧잘 했다. 그래서 믿기지 않아 아내한테 “에이, 보고 읽는 것 같은데?” 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 이렇게 답했다. 


“얘 아직 글 못 읽어”


아.. 맞네..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딸 아이 영어 인터뷰를 보며 미소 짓고 있는 딸 바보 아빠의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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