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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여행5] 선택과 책임, 인생과 여행

호텔 조식, 도요타산업기술박물관, 주부나고야국제공항

by 글로 나아가는 이

돌아갈 때가 되면 늘 아쉬운 감정이 솟구친다. 하지만 돌아가면 이 감정도 이내 잦아들 것을 알고 있다. 그저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시 일상을 살아낼 뿐이다. 시간이 흐른 뒤 이 날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나고야 시내에 위치한 호텔에서의 조식


나고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맞은 호텔 조식, 간이 뷔페는 말끔하고 깔끔했다. 맛도 좋았다. 나고야의 음식은 끝까지 이방인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샐러드와 라멘, 그리고 맛있는 빵까지... 정말 야무지게 먹고 나왔다. 먹는 내내 음식이 떨어질까 심사숙고하며 자리를 지켰던 고령의 직원분도 기억에 남는다.



일요일 휴일 아침 나고야 시내, 커플 러너의 모습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는데, 푸른 하늘이 보였다. 파란 물감으로 붓칠을 한듯 마지막 날까지 나고야의 상공은 맑았다. 선물을 사야 한다며 서둘러 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찍었다. 차분한 듯 낮게 깔린 아침 공기와 찰떡이었다.


나고야 시내에 있는 돈키호테(일본에서 유명한 대형 잡화점)로 가는 길, 한 커플 러너를 만났다.


"달리는 사람은 국경을 넘어 어디든 있구나."


무거운 삶을 견인하기 위해 체력을 단련하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웠다. 타인의 삶이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도요타산업기술박물관 전경

공항에 가기 전 마지막 행선지로 일본의 가장 큰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산업기술박물관'에 들렀다. 작은 섬유 기업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발전하기까지 도요타의 역사가 담긴 곳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도요타의 혁신을 이끈 '도요타 기이치로'의 일대기였다. 한 마디로 말하면,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은 생각의 폭과 마인드가 다르며 포기를 모른다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후대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기업의 역사를 세세히 담은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단순 관광지를 넘어, 자라날 아이들이 이런 공간을 보고 꿈을 키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나라의 현대나 삼성 같은 대기업들도 이렇게 후대의 인재와 산업을 위해 역사와 기술을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분명 후대에데 이로운 점이 많을 것이다.


다만, 아래 팸플릿의 일본식 표현들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일본인들이 제작했으니 별 수 없었겠지만.

도요타 기이치로의 어록들


주부국제공항으로 가는 기차역에서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 나고야 일대의 기차역에는 스크린도어가 없었다. 동생은 만약 누군가 열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담당 지하철 회사가 그 피해 비용을 모두 유가족에게 청구한다고 했다.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삶의 의지를 모두 상실한 사람의 목숨도 스스로의 선택에 맞기는 걸까?


"선택과 책임...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주부국제공항 일대와 전망대


공항에 도착하자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서둘로 체크인을 하는데 공항검색대에서 그만 짐을 빼앗기고 말았다. 공항 직원이 물었다.


"칸코누?"

"하이, 기프트 알코올".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직원이 가방을 압수하고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동생이 선물로 산 주류를 가방에 나눠서 넣은 탓이다. 당황한 우리는 다시 짐칸에 짐을 맡긴 후 나올 수 있었다. (주류는 기내에 반입금지다... ㅠ)


"끝까지 그냥 보내주진 않는구나."


괜스레 웃음이 났다. 내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이구나"하고 깨달았다. 나고야에서의 마지막 만찬인 라멘을 먹고 탑승전 전망대에 들렀다. 노을을 끼고 활공하는 비행기가 보였다.


"모두 무사히 도착하기를"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비행기를 탈 때마다 기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른하면서도 뜻깊은 추억을 안겨준 내 생애 첫 해외 여행지 '나고야'. 다음에 또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첫 해외 여행을 함께해준 지인 동생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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