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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Nov 14. 2015

내 생각은 어디쯤 머물고 있을까



책을 전혀 안 읽은 사람보다 한권만 읽은 사람이 훨씬 위험하다.


 위 책 본문 인용이 아닌 강창래 선생에게 배운 내용이다. 본인 책장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자신이 좋아하는 부류의 책뿐일 것이라는 날카로운 지적도 함께였다. 인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숱한 자기계발서, 경제 혹은 스포츠 관련 전공서적, 베스트셀러, 문학전집 등을 전전했다. 비판의식이라곤 없었다. 비판의 정의조차 몰랐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다-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비판은 가장 큰 애정의 표현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만화책이나 무협지로 활자에 익숙해진 것이 독서를 향한 지름길이 되지 않았겠나. 조금은 진도를 나간 상태여서 목마름도 생겼을 것이다.

TV를 정시에 보지 않는다. 조중동을 읽지 않는 것과 다른 이유다. 시간을 지켜 TV를 볼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정보는 SNS를 통해 얻고 있다.  그중 페이스북이 가장 큰 통로다. 처음 페이스북을 접했을 때는 이렇게 까지 다양한 정보를 얻는 창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경험해보니 온라인의 인간관계도 오프라인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어떤 친구를 사귀는가'가 중요하다. 합리적이라 느끼는 친구를 사귀었고, 논리가 이해되지 않거나 소모적인 관계는 멀어져갔다.

처음엔 치우친 정보를 읽으며 편견을 쌓을까 두려워, 이해하기 어렵지만 성향이 다른 친구를 추가했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다. 잘 노는 친구, 모범생인 친구도 있었다. 누구와 친했는지 규정하기 어렵다. 때마다 달랐다. 관계를 쌓는 습관이 되었는지 온라인 상에서도 그렇게 회색으로 존재했다.

아직 비판적 책 읽기, 해체하며 읽기의 첫 술도 못 뜬 수준이다. 워낙 백지상태여서 마른 스펀지처럼, 그저 빨아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점점 더 친구의 비율이 한쪽으로 치우친다. 반대편의 대조군들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왜 논리라곤 없는 거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진짜 알고 있는 건지. 특히 근현대사를 읽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경험한 후로는 액정에 떠있는 무지함, 그 폭력성에 어김없이 차단막을 내리게 된다.

많은 이들과 둥글게 39년을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없던 두려움이 생겨 관련 공부를 그만둘까 하는 심정이었다. 얼마 전 '언어학'을 공부하기 전까지.


아! 나 역시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구나!


인정하고 나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겉으론 겸손의 미덕을 보이고, 속으론 책 몇 자 읽은 편협함 속에서 나도 모르는 편 가르기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내가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다. 바라보는 세상도, 좋아하는 모든 것들도 다 만들어진 것이다. 속해온 사회를 통해 주입된 것이다. 주어진 준거틀로 규정돼 온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묘한 인연을 통해 각성다. 이제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매트릭스의 빨간약을 선택한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이전의 둥글기만 한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까끌까끌하지만 진실을 접할 수 있는 진짜 세상을 만나 행복하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를 배우면서 구술문화 속에 빠져있는 지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반면 내게 남아있는 구술문화의 속성 경계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다.

이 책은 합리적인 사람이 가져야 할 생각의 방향을 제시한다. 억지스럽지 않아 좌표를 정함에 불편함이 없다. 무엇보다 따뜻하다. 최근 있었던 많은 고민을 언어학 공부와 이 책을 통해 해결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문자문화로 이동하는 것이다. 문자문화로의 이동은 더 견고한 지적 허영의 진입장벽을 쌓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과의 공감을 위해서다.

학업의 시간도 부족하고 양도 모자라 치기를 부리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태권도를 처음 배운 초등학생처럼 여기저기 쌈박질을 걸고 있었다.

좀 더 보수적인 시각을 공부하고 싶어 졌다. 그들과의 공감을 위해서.

문자문화로 이동해온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고 싶다. 내공을 조금 더 쌓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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