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Apr 06. 2022

파이어족은 어떻게 되나요

오늘도 퇴사를 꿈꾸는 월급쟁이

2-30대 열심히 일하며 바짝 벌어 이른 나이에 은퇴해 퇴직금과 연금, 주식 배당금 등으로 노후를 산다는 파이어족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도대체 이 현생에서 가능할법한 일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엌 소리가 나오는 연봉의 기업에 다니지 않는 이상, 주식이나 펀드 혹은 부동산 같은 재테크 1도 모르는 내가 겨우겨우 은행 대출금과 카드값으로 한 달을 버티느라 쉬이 퇴사도 결정하지 못하면서 파이어를 꿈꾼다는 건 로또 당첨 1등 보다 더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1), 나의 바람은 첫째 세계평화 다음으로 둘째 파이어족이 되었다. 그 이면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과, 퇴사는 하고 싶지만 이직은 귀찮고 더 이상은 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은퇴는 하고 싶지만 가끔은 외식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여행도 가는 삶을 살고 싶단 마음들이 뒤섞여 있었다. 유명한 것은 싫지만 관심은 받고 싶고, 결혼은 하기 싫지만 연애는 하고 싶고, 외노자가 되는 건 겁나지만 외국에서 살고는 싶은 마음과는 비슷하거나 아니면 좀 다르거나 하겠지.


직장인들이 그놈의 출근길을 버티는 건 퇴근이 있어서이고, 퇴근 후 본인을 맞이하는 가족이 있어서이고, 스치듯 안녕일지라도 매달 울리는 월급 알람이 있어서겠지만, 사실 난 매달 30일마다 오는 이자납입 안내와 4일마다 빠져나가는 대출금 납입금액 때문이긴 하다. 오늘 이 그지 같은 감정에 휘말려 속 시원하게 퇴사를 지른다면, 내일의 나는 바보 똥 멍청이를 외치며 사회 구성원으로 그 어느 역할도 해내지 못함에 자괴감에 빠져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것이다.


최후의 수단은 은행빚으로 저당 잡힌 나의 25년을 포기하고 어느 지방 기슭으로 내려가 숨만 쉬면서 살아도, 그냥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사는 삶이라면 그것으로도 괜찮다 싶다. 동기들의 아파트를 사고 차를 바꾸고 결혼을 하고 주말마다 고오급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끼리 디즈니랜드에 놀러 다니는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지 않고 나의 것에도 만족할 수 있는 삶이라면 말이다. 사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마 행복과 성취감을 주었더라도 그 순간은 짧고 헛됨을 알고는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2), 자 한 번 계산을 해보자. 지금의 월급 A원이 대출, 적금, 보험, 관리비, 전기세, 도시가스, 수도세, 인터넷비, 통신비, 생활비, 경조사비 등등 한 달의 지출에 있어 큰 여유가 없이 딱 떨어지는 상황에서 Ax12개월x 30년을 계산해본다. 이건 내가 생활을 긴축재정으로 운영한다느니, 또는 앞으로의 물가상승률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단순무식 계산법이다. 그나마 고려해 볼 법한 것은 현 직장을 퇴사했을 때 받을 작고 소중한 퇴직금과 65세부터(맞나?) 지급받을 것으로 기대하나 또 한편 기대되지 않는 국민연금과 그나마 꼬박꼬박 넣었던 퇴직연금(이 또한 받을 때쯤에 물가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가치가 될지 가늠도 안되지만) 정도이지 않을까.


매체에서 본 파이어족들은 N사, K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 퇴사해 4-50대는 퇴직금과 기타 수익금으로, 그 이후는 연금으로 사는 삶을 계획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지금의 나보다 풍족했지만 검소했고, 단조로운 하루를 살고 있지만 여유가 가득했다. 파이어족이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직장인들의 꿈이 되면서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며 자기 계발과 자산관리를 채찍질하는 글도 많은데, 솔.까.말… 지금의 나를 포기하면 누구나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내일도 출근하라, 가 답일 듯싶다.


이상 MBTI N의 생각뿐인 파이어족 계획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먼저 떠날 줄 알았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