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게 뭐 어렵다고 매번 마음만 먹고 도통 쓰지를 못하는가, 싶지만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 정확하게는 누군가 읽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조차도 글 한 줄 읽기보다는 숏폼의 영상 하나 보는 게 더 재미나니 말이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수려한 지식이 가득한 맛깔난 문장들을 쓰는 사람이 이리도 많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글을 책으로 엮어 작가도 되곤 하던데요. 업으로 글을 쓰는 일이 참 많은 저는 사실 남의 이야기를 글로 쓸 줄이나 알지, 제 글을 쓰기는 너무도 어렵습니다.
뒤늦게 글을 배운 할머니가 줄이 그어진 노트에 매일 한 줄의 일기를 수년 간 썼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하루는 '미용실에 갔다', '나물을 무쳤다', '손녀에게 전화가 왔다' 뿐이었지만 수십 권에 담긴 한 줄들은 마치 장편 소설을 읽은 듯했습니다. 봄이 되면 두릅과 산나물이 등장하고, 여름이 오면 마당 앞 감나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비가 내리고,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이 오면 고구마를 쪄먹는 이야기에 계절과 삶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글을 읽는, 언젠가 할머니가 없는 세상에 남을 자녀들의 마음은 어떨까. 저의 문장도 누군가에게 남겨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누군가가 읽어주길 원하나 봅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을 갖고 떠나는 여행지에서는 남는 것이 시간이라, 특별한 것 없는 하루라도 일기를 썼습니다. 그저 그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니까요. 여행의 일기는 보이는 것 하나하나 감사와 행복이 가득합니다.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지하철에서 끼어 출근하는 오전, 점심 후 복귀해야 하는 사무실, 받기 싫은 전화, 뭐만 하면 회의, 지긋지긋한 파이팅, 이런 것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낯섦에서 오는 설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 호기심이 담긴 유쾌한 인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이런 것들로 인해 행복한 거죠.
이번 여행은 길지 않습니다. 안식 휴가 5일과 연차 5일을 합치고 주말을 끼니 이동 시간을 빼고 얼추 12일 정도의 시간이 났습니다. 평소 같으면 여행지 한 곳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바쁘게 움직일 생각입니다. 제가 나라는커녕 도시 간의 이동도 잘하지 않는데, 이번 여행은 유로스타를 타고 해협을 건너 나라를 이동하고, 또 도시도 이동해야 하는지라 기차와 버스표도 예약해 두었습니다. MBTI P인 제게는 굉장히 J 같은 계획과 준비입니다. 물론 여행지에서의 계획은 거의 없어, J인 친구들은 도무지 저의 일정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요.
이번에도 매일 짧은 일기를 남기려 합니다. 이 글들이 누군가가 읽을 만한 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여행 속 시간과 삶을 담아줄 것은 분명하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글을 쓰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