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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하는데요

매일매일 짧은 글 - 19일 차

by Natasha

오늘은 재택근무를 했어요. 일주일에 최대 2회는 재택근무가 가능해요. 물론 휴일이나 개인적 사유로 연차를 쓴다면 그 횟수는 조정되지만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 근무에 익숙해져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는 너무도 힘들었어요. 몸이 반으로 접히고 숨도 못 쉴 만큼 앞뒤로 밀어대는 사람들 틈에서 출퇴근하는 동안, 공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호흡과 심박수를 안정시키려 애쓰는 것이 꽤 어렵더라고요. 회사 역시 자율좌석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전 직원이 모두 출근했을 때 자리가 없다는 문제도 있었죠.


물론 모두가 이 근무 형태를 동일하게 적용받지는 못합니다. 현장에 나가야 하거나, 미팅이나 외근이 잦거나, 팀리더가 은근히 눈치를 줄 경우에는 가차 없이 출근길에 올라야 하죠. 재택일 때는 근무시작 15분 전에 일어나 바로 컴퓨터를 켜요. 대충 씻고 커피 한 잔을 담아 자리에 앉는데 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노트북 받침대도 따로 구입했어요. 점심도 집에 있는 음식들로 대충 때웁니다. 뭐 먹을까 고민하는 건 사무실로 출근하나 안 하나 똑같지만, 밖에서 점심을 사 먹고 직원들 커피 한 잔씩 사느라 쑥쑥 빠져나가는 비용은 아껴지더라고요.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은 어떻게 하는지 파악이

되냐며, 대면 회의와 보고, 사무실 근무를 강요하는 리더도 있어요. 주간업무 계획에 실시간 업데이트를 하고, 주요 메일을 참조로 공유하고, 또 업무 성과로 보이는 데도 믿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죠. 본인이 놀고 있거나, 할 일이 없다는 소리일 테니까요. 그가 재택근무하는 날은 메신저도 자기 마음대로 온오프, 뭐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아주 조금, 살짝 아쉬운 점도 있긴 하죠. 직원들과 잠깐의 티타임을 하거나, 어제 본 숏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휴식시간 없이, 온종일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서 간혹 걸려오는 전화가 오늘의 유일한 대화일 때도 있거든요. 물론 그럼에도 재택근무가 주는 이점이 너무도 커서, 전면 대면근무하는 회사는 이제 못 다니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이런 날은 하루에 100걸음도 걷질 않아요. (지금 확인해 보니 38걸음이네요.) 퇴근하면 바로 옷부터 갈아입고 산책을 나가겠다고 다짐하지만, 컴퓨터를 끄자마자 ‘끙끙‘ 거리며 침대로 직행할 만큼 피로가 몰려오죠. 그래도 아침의 그 재난과도 같은 퇴근길을 마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이잖아요. 비가 올 줄 알았는데 날도 좋… 지 않나요? 사실 재택근무 날에는 창밖을 열아보지도, 쳐다보지도 않아서 날씨를 몰라요. 답답해서 어떻게 사냐는데, 전 마음이 너무 편하고 좋은걸요.


불금이 따로 있나요? 침대에 누워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유튜브 보며 낄낄대면 되는 거죠. 여러분의 편안한 금요일을 기도하며, 매일매일 짧은 글, 19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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