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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an 16. 2024

대전 사람 속은 몰라도 대전의 역사는 알 수 있겠지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대전이란 도시는 어떤 곳일까. 야외 음악회나 전국 순회공연에서 대전 출신 행사 사회자들은 대전 사람들이 다른 지역 관람객보다 박수도 적고 환호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 친구도 정말 그렇다고 했지만, 식당이나 상점, 도서관과 구청에서 만나는 '대전 사람'과의 짧은 대화로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을 진짜 대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어느 정도로 깊고 오래 관계해야 진짜 대전 사람의 특질을 알 수 있으려나) 그런 말은 관객 반응을 끌어 내야 하는 사람들이 정말 이럴 거에요? 손뼉 좀 치지? 하며 부담을 주며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서 너네만 달라, 좀 뒤처졌어 라고 무안을 주는 방식에 가까운 것 같다. 대전 사람이 직접 말하므로 지역 차별이 아니라 자조적 농담 또는 우리 잘해보자는 권유와 독려겠지만 아주 달갑지는 않다. 


대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연이어 두세 번쯤 식당의 접객 속도가 느리다는 느낌은 받았다. '저기요'를 외쳤는데도 못 들은 건지 반응이 느린 건지 한참 있다가 누군가 내 테이블로 왔고, 추가 주문이 들어간 건지, 깜빡한 건지 다시 불러서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할 때야 천천히 음식이 나왔다.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대전이라 느린가보다 섣부른 일반화를 잠깐 했다가 금방 잊었다. 복잡하고 손님 많은 식당이나 서비스가 '서울처럼' 빠른 식당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일 년밖에 안 살아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전 토박이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고, 대전의 지역성이 유난하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세상 곳곳이 연결된 시대라 이제는 다 비슷해져서 그럴 수도 있을 텐데, 아직 나는 특별히 다른 지역 사람과 대전 사람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충청도 화법이라고 재미로 소비되는 말투도 아직 많이 못 들어봤다. 일제강점기에 기획된 신도시라서 탄생부터 이방인의 정서로 가득했나? 대전 사람이 어떤지는 쉽게 알 수 없어도 대전이 어떤지는 좀 찾아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대전이 궁금해서 유성구 상대동에 있는 대전시립박물관에 찾아갔다. 선사시대부터 고려와 조선, 근대까지 대전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한번 가서 쓱 둘러본 정도로는 여전히 모호했다. 건물 깨끗하고 멋있고 한산하고 천변에 있어서 가깝다면 자주 놀러 오고 싶은 곳이라는 인상이었다. 규모에 비해 한산해서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내부는 세련되고 다정했는데 어린이 체험전시실도 있어서 그런지 블로그 후기에 아이 데리고 가볼 만한 곳으로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대전시립박물관은 선사박물관과 근현대사전시관 분관 2곳도 운영하고 있는데 근현대사전시관은 옛 충남도청사에 있고 우리 집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조선 시대까지 회덕 현(대덕구)가 중심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철도건설을 계기로 대전역 일대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대략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좀 자세히 알아보려고 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 갔다. 


비가 내릴듯한 겨울의 늦은 오후여서 그랬을까 스산했다. 관람객은 나뿐이었고 히터가 세게 틀어져 있는지 답답했다. 느긋하게 대전 도시 형성 100년사를 둘러봤는데 역시 잘 모르겠다. 자발적으로 궁금해서 찾아온 건데도 이렇게 재미를 못 느껴서야. 


입구에 들어섰을 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규칙적으로 창과 문이 보이는 복도, 오래된 나무문과 돌바닥,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화장실, 어두컴컴한 실내가 아름답고 처연했다. 2층엔 도지사 집무실이 개방되어 있었는데 불이 꺼져 있었다. 베란다로 나가면 대전역까지 한눈에 보여서 전망이 좋은데 문이 닫혀 있어서 슬금슬금 가서 살짝 나갔다가 금방 들어왔다. 2층과 3층엔 여러 기관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가 철수한 상태였다. 남아있는 곳도 있긴 하던데 오래된 건물이라 다들 사무실 안에 웅크리고 히터만 세게 틀어놓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도엔 아무도 없고 2층 올라오는 계단에서 두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날이 흐려서 사람이 없는 거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본 인터넷 후기에도 사람이 없어서 조금 무서웠다는 글이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불을 켜도 건물이 좀 어두운 느낌이 드는 걸까. 영화 변호인 촬영지다, 인생샷 찍기 좋은 장소라고 홍보해도 관광객이 많이 오지는 않는 모양이다. 박물관은 역시 카페인가. 앉아서 머물 곳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대전의 역사 공부는 여러 번에 나눠서 계속 방문하고 천천히 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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