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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6시간전

모든 계절의 귀한 존재

한밭수목원


한밭수목원 어린이 물놀이장이 오늘(7월 23일) 개장한다. 이미 일주일 전부터 네이버를 통해 오전, 오후 입장 예매를 받았고 주말은 이미 매진이다. 한밭수목원 동원과 서원 중간에 천장 있는 그 길, 엑스포시민광장에 설치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여름 명소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넓어서 워터슬라이드 같은 놀이 시설이 다양하고, 조형물 아래 설치되니 완벽하지 않아도 그늘이 생기고, 주차도 3시간까지 무료에 추가 비용도 싸다. 어린이와 여름 물놀이를 즐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제법 좋은 선택지. 전에 살던 완주에서도 여름이면 고산 시장에  물놀이장을 설치해 시끌벅적했다. 계곡이나 바다, 워터파크도 좋겠지만 비용이나 이동 거리 측면에서 이렇게 공공 공간에서 물놀이장을 운영하는 것도 좋다. 우연히 지나가게라도 되면 정신이 쏙 빠질 것 같아서 나는 적극적으로 피해 다니겠지만.


한밭수목원이 동원과 서원으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더니 가운데 엑스포시민광장도 한밭수목원의 일부였나보다. 홈페이지에 공사 기간과 개원 년도가 정리되어 있었는데 20여 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열었다. 지금은 울창한 숲이 되어 어디로 가도 아름다운 곳이다. 그냥 너른 공원으로만 있어 줘도 고마운데 봄과 가을에 꽃 축제를 열고 겨울에는 광장에 스케이트장이 설치된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행사나 성인을 위한 식물세밀화 수업도 열리고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이 그리워 찾아갈 만큼 수목원 사랑꾼은 아니지만 가끔 가서 유유자적 걷다가 잔디밭이나 나무 그늘에 누워 쉬다가 오면 그렇게 좋다. 대전에 놀러 온 친구들을 데리고 가기도 좋다.



두어 달에 한 번은 가게 되는데 3월에 목련을 보러 갔었다. 튤립이나 장미를 보러 4월과 5월에 갔으면 좋았겠지만 장미가 다 진 6월에도 좋았다. 10월에는 국화, 사루비아(샐비어) 등 가을꽃이 잔뜩 핀단다. 겨울에는 열대식물원에서 추위를 피할 수도 있겠지. 


한밭수목원의 자랑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전국 최대 인공수목원’인가보다. 최초, 최대 이런 거 좋아하니까. 나쁜 말도 아니니까 실컷 함께 자랑해 주자. 식물 유전자원 수집, 희귀식물 종 보존,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 조성, 지자체 등에 수급할 수목과 초화 생산 등 굵직굵직한 업무를 담당하는데 시민을 위한 나무 병원과 은행도 운영하고 있었다. 나무 병원은 인간 병원처럼 건강 관리에 대한 교육, 병해충에 피해 본 나무 치료를 돕고, 나무 은행은 이사나 재건축, 건설 공사 등으로 갈 곳 없는 나무들을 모아 보호한다고 한다. 실제 어떻게 이런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귀하고 아름답다. 수목원에서 일하시는 분도 어쩔 수 없이 그저 직장인이기도 하겠지만,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을 테니까. 


산책하듯 바람 쐬러 휙 다녀올 거리는 아니지만 멀리 살아도 꼭 보고 싶은 친구라면 기꺼이 그 정도의 수고로움은 감당할 수 있다. 푸른 하늘 아래 풀밭에서, 나무 그늘 평상에서 실컷 뒹굴 수 있고 숲이 보이는 카페에서 종일 나무만 볼 수도 있다. 꽃과 나무 사이를 걷고 광장에서 자전거도 타고 바로 옆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예술을 만나고 와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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