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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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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l 10. 2024

예술하는 기분 느끼러 교육 참여하러 감

대전시립미술관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는 인구 10만의 작은 소도시였다. 적성과 재능, 취향과 안목은 타고난 것이기도 할 테지만 어떤 환경에 놓여있었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서점과 도서관은 그나마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글 쓰고 책 짓는 작가가 된 걸까?) 

영화관에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단체 관람으로 처음 가봤고,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처음으로 ‘문화예술의 전당’에 발레 공연을 보러 갔다. 학생 때 이승환을 좋아했는데 대학생이 되어 서울에 살면서 겨우 콘서트장에 갈 수 있었다. 그때도 지극한 팬은 서울과 부산으로 공연을 보러 다녔겠지만 나는 착실히 학교 다니고 공부 하느라 과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가짜 가정통신문 만들어서 친구끼리 여행 가고 자율학습 시간에 어린이대공원 바이킹 타러 다닌 거 정도로 엄마는 말썽꾸러기였다고 말하지만, 그 정도는 다 하지 않나. 평범하게 살았다.  소극장 연극, 미술관 전시도 거의 경험이 없다. 


<소탐대전>은 다양하게 대전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이야기인데, 익숙하고 편하다고 좋아하는 공원만 맨날 찾아다니고 식당 가서 맛있는 음식 먹은 이야기만 쓰자니 조금 마음에 걸렸다. 최근 원고에 ‘예술’의 자리가 너무 없는 것 같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번엔 대전시립미술관을 골랐다. 때마침 ‘지역미술조명사업 연계교육 - 아카이브랩’ 이라는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모집 중이었다. ‘대전 미술의 전개 과정을 지도와 연표를 통해 살펴보고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만든다’고 한다. 대전을 주제로 한 교육적인 미술 체험 활동이겠거니 하고 신청했다. 

작년에 서울 사는 친구 호랑이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대전시립미술관의 열린 수장고 전시를 보러 갔었다. 대전시립미술관이 공립 미술관 최초로 수장고를 개방했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 줄은 몰랐다. 호랑이야말로 예술 애호가네. 대전예술의전당에 클래식 공연 보러 서울에서도 자주 오던데. 덕분에 나도 가끔 마티네 콘서트에 같이 가고 그랬다. (고마워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란다. 미술관 전체가 수장고 형태라는 뜻이겠지? 재작년엔가 친구들(아티초크랑 계란말이)이랑 갔었는데 한참을 돌아보고 돌아봐도 끝나지 않는 거대한 미술품 보관소 같았다.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에 맨 처음 가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 (너무 무례한 비교인가요? 좋았다는 뜻입니다. 그나저나 최초의 수식어 붙이는 거 참 좋아하는구나.) 


교육은 미술관 소개와 미술관의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대전 미술의 역사를 간략히 듣고 대전 지도 위에 그리는 간단한 체험이 이어졌다. 미술관의 기능은 수집, 보존, 조사/연구, 전시, 교육이란다. 미술관은 영어로 museum of art 예술의 박물관이다. 미술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화랑, 갤러리와 다른 공적인 기능도 한다. 맞네. 전시는 미술관의 다양한 기능 중에 일부다. 작품을 수집하고 소장하여 보존하고 전시한다. 학술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고, 교육한다. 수장고를 개방하여 전시하는 게 그래서 큰 의미가 있겠구나. 모든 수장품을 전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누군가는 다양한 작품을 보고 싶을 테니까. 작품의 보존에 더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수집하고 보존하는 근본적인 목적이 오래오래 작품을 보기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듣고 보니 미술관 참 고마운 존재다. 내 집, 내 방에 작품을 걸기 어려우면 미술관에 와서 보라는 말이잖아. 


교육 당일에는 열린 수장고 전시 교체 기간이었고, <제21회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 :이만우, 정철>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관람료는 500원. 여기까지 온 김에 전시도 보고 가려고 했는데 교육 마치고 나니 피곤해서… 피곤해도 도서관에 책 빌리러는 가겠는데 미술관 관람은 아직 더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가 보다. 교육은 재미있었다. 전공자나 관련자가 아니어서 대전 미술의 태동과 발전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지만 대전미국공보원, 대전문화원을 대전 지도 위에 표시하는 건 놀이 같으니까. 참여자 중에 대전 미술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싶어 온 분도 있었는데 관련 이야기는 2시간 중 5분도 안 하고 바로 체험 활동으로 들어가니 아쉬워하시는 것 같았다. 설명하시기를 같은 프로그램을 3회기로 나누어서 설명과 강의를 길게 했더니 마지막까지 출석하는 참가자가 별로 없었다고. 교육 기획이 어렵지. 주최 측의 마음이 이해된다. 교육 사업의 성과를 내려면 쉽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일단 사람을 모아야 할 텐데 진지하게 대전 미술의 역사를 강의 한다고 하면 평일 오전 성인 대상 교육에 사람이 잘 안 모일 거 같긴 하다. 교육은 원래 목표가 중요하지. 소수의 인원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대전 미술의 역사와 지역 미술의 의의를 알리고 싶으면 다른 방식으로 또 하겠지? 내가 담당자도 아닌데 이렇게 고민할 필요는 없으니까 일단 멈추자. 


나는 일반 시민으로서 교육 의도에 맞는 활동을 했다. 지도에 가볍게 표시하고, 내가 골라 간 사진으로 나만의 대전 추억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사진을 인화해 주면 앨범 지에 붙여서 앞뒤 적당히 꾸며서 책으로 만드는 활동이다. 두 시간 재미있게 잘 놀다 왔다. 예술 체험을 했다는 뿌듯함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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