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선생님과 함께
헬스장에 등록한 지 10주 차다. 아침에 일어나 걷기, 달리기,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맨손 근력 운동, 기구 운동을 한 시간 정도 한다. 오늘은 15분이나 뛰었는데도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15분이 넘어가면 슬슬 고관절이 당기는 느낌이 들어 멈춘다.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2023년 초에 PT를 등록했다가 치료 먼저 받고 오라는 말을 듣고 서너 달 한의원에서 열심히 침 맞고, 일 년 가까이 경락 마사지와 도수 치료를 하는 수행자 같은 선생님께 열심히 치료받으러 다녔다. 통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안아파’라는 곳이다. 전보다는 몸이 나아진 것 같았지만 이대로 계속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비용도 부담스러웠고 언제까지 남의 손에 내 몸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힘을 길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2월에 안아파를 그만두고 뭔가 하긴 해야 할 텐데… 걱정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운동에 시간과 돈을 들일만큼 여유가 없어서 뭔가 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종종 온천에 가서 몸을 담그는 게 다였다. 그러다 여름이 끝날 무렵 친구의 강력한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굳고 아픈 몸이 온천욕과 마사지로 조금 나아졌을 테니 이제부턴 슬슬 운동을 시작해 보라고 했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왠지 느낌이 좋은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있었다. 아프고 늙어가는 몸을 이해하는 선생님,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에만 집중하지 않는 선생님을 찾았는데 왠지 그런 곳일 것 같았다. 친구의 친구가 다니고 있다고 했다. 친구의 친구가 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2024년 10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필라테스하러 간다. 처음에는 무릎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한 발로 서지도 못하니 뭘 하려고 해도 할 만한 게 없는 상태였다. 선생님은 간단한 동작을 해보라고 하고, 그것도 아파서 못 하면 거기서 또 할 수 있는 동작으로 변형을 해주신다. 처음 석 달은 힘이 드는지 안 드는지도 모를 만큼 소극적으로 따라 하기만 했다. 체력이 약하니 기본 체력을 끌어올리는 운동을 하자, 지금 할 수 있는 운동을 집에서 많이 연습해 와야 다음 동작을 가르쳐줄 수 있다, 이게 안 되면 저걸 해보자, 선생님은 의욕도 별로 없는 나를 어르고 달래고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운동을 시켰다. 살려면 운동을 하고 힘을 키워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기 싫어도 갔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니 전에는 그렇게 집에서 해보라고 해보라고 말해도 하기 싫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정확하게 이 동작을 몇 번, 이 동작을 몇 번 해오라고 숙제를 내주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 했는지 안 했는지 물어본다. 거짓말할 필요가 없으니 못하면 못했다고 말하지만 조금 부끄럽다. 제 발로 걸어와서, 이렇게 큰돈을 들여서 운동하고 있으면서, 하기 싫어한다는 게 뭔가 이상하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까지 3개월 이상이 걸리는가 보다.
4개월째부터는 알려준 운동을 집에서 해보고 연습하고 시간을 내서 더 많이 몸을 움직이고 일부러라도 나가서 걸었다. 그러다가 무리해서 또 걷지 말라는 지시를 받긴 했지만. 그때그때 몸 상태에 맞는 운동법을 알려주니 무엇이 운동이고 무리인지 조금씩 알아차리게 된다. 혼자 할 때는 알기 어려운 적당한 강도나 몸의 반응이 의미하는 바를 배웠다. 힘들게 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 어느 정도는 아픔을 동반하고 가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 등.
급기야 6개월 차가 되니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과 하는 운동으로 부족해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헬스장에 등록했다. 스스로 아침에 일어나 헬스장에 가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났다.
2년 전에 무릎이 아파 채 15분도 걷지 못하고, 계단을 오르내리지도 못했던 몸은 15분은 거뜬히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감량이 유일한 목표는 아니지만 다시 달리고 마라톤에 나갈 수 있는 몸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감량과 체력증진, 근육량증가는 필수.
운동의 목표가 있냐고 선생님이 물었을 때, 아파서 잘 걷지도 뛰지도 못하니 너무 답답하다.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자신감있게 6개월 안에 다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걸 목표로 하자고 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됐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믿고, 함께 운동할 수 있어 참 운이 좋았다. 얼마가 더 걸릴지 모르겠지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다시 뛰는 몸이 되고 싶다. 조급하지 않다. 지금까지 한 것처럼 하면 언젠가는 그런 몸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