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일주일 차의 단상
재택 근무 일주일 차.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힘들었는데 이조차 적응이 된다는 게 새삼 놀랍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머리가 아프면 피아노도 치고 내키면 책도 읽는다. 정 답답하면 잠깐 산책도 갔다가 또 너무 지루하면 온갖 심리테스트도 했다가(내 식물은 곰 발바닥이고 나는 졸고 있는 모찌떡이며 홀로서기를 좋아하는 땅콩빵이다) 업무 일지를 쓰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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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7일치 오늘을 살았을 뿐인데 어느새 3월이 됐다. 매일의 안전을 챙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꽃도 피고 봄도 왔다. 고장난 버스 알림판을 볼 때처럼 - 대체 언제 오려나 몇 번씩 시계를 들여다 보고 혹시나 안 오는 건 아닐까 초조해 하고 발 동동 구른 것도 아닌데 알아서 거짓말처럼 봄이 와 줬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요즘이다. 평범한 일상도 언제쯤 그렇게, 봄처럼 다시 와 주려나 싶어서. (Mar17,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