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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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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니타 Sep 07. 2021

하타 워크숍에 참여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였을 때.

 내 인생의 첫 워크숍이었다. 13만 원이나 되는 돈을 원데이 클래스에 소비한다는 결심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요가를 좋아하는지, 그 마음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워크숍으로 참여할 요가원은 내가 지금 다니는 요가원에 등록하기 전에 고민했던 곳 중 하나였다. 하타 요가만 수련해온 부부의 온화한 인상과 따뜻한 스튜디오의 분위기에 이끌렸지만, 나 같은 요린이는 엄두도 못 낼 것 같아 지금의 요가원을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의 요가원에서 꾸준히 수련하고 마음을 단련한 덕에 요가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지고, 이렇게 워크숍을 들으러 갈 용기도 생긴 거겠지.

 새로운 매트도 사고, 예쁘게 요가복도 챙겨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스튜디오. 그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자리 잡고 있었고, 평화롭다 못해 엄숙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당연히 대다수의 인원은 현직 강사님들이었고, 다들 약간씩 안면이 있으신지, 조용하게 눈인사를 나눈다든가, 반갑게 포옹을 한다든가 살갑게 인사를 나누며 몸을 풀고 있었다.

그 순간 내가 든 생각. '아 나 망했다.' 맨 뒷줄 구석에 소심하게 깔아 둔 매트에서 안절부절못하던 나는 걱정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결국 선생님께 우스운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혹시,, 강사님들만 듣는 수업인가요..?'

'아니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선생님 아니세요?'

'네.. 아닌데요.'

울상 반 머쓱함 반의 미묘한 표정으로 우물쭈물 대답하니, 선생님은 깨끗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관심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라고 대답해주셔서 걱정을 아주 조금 덜 수 있었다.


 요가에 관련된 이론 수업을 듣는다는 것 자체도 생소했고, 처음 경험하는 하타 수업의 피크 포즈가 백드롭(Back-drop)이라니. 역시 난 무식하고 용감했던 게 확실했다. 백드롭으로 가기 위해 꼼꼼하게 몸을 늘리는 작업을 했는데, 그 과정에 하누만 아사나를 6분 넘게 홀딩하고 있어야 했다. 치골과 땅이 닿기는커녕, 골반조차 돌아가 있는 내가 꾸역꾸역 블록을 잡고 '버티며' 내려온 시간은 고작 3분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론과 선생님의 생생한 경험담에 녹여진 연륜의 지혜들, 그리고 그 이야기들과 몸짓 하나를 놓칠세라 기록하는 다른 수강생 분들의 모습은 참으로 생경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광경이었다. 실습수업 이후에는 부족한 내 몸에 주눅이 잔뜩 들기도 했지만. '잘 못했을 때가 가장 좋은 때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기운을 차려보기로 했다.

 카포타 아사나도 안되는데, 백드롭은 당연히 나에겐 무리였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기꺼이 나의 무거운 몸을 잡아(?) 주시고, 다른 선생님들이 격려해준 탓에 '억지로' 반틈의 아사나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나야 원래 부족하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선생님들의 모습은 나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나보다 헤아릴 수 없는 수련을 해오셨을 선생님들 마저도 백 밴딩 앞에서 내면의 공포와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고나 할까.

 순식간에 다섯 시간의 워크숍이 지나가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선생님들의 수련하면서 겪었던 고충이나 아사나에 대한 고민 등을 나누는 시간을 짧게 가졌다. 귀동냥을 하며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나는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잠시 속한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한 평 매트 안에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명상을 하는 그들, 그리고 그 안에서 해답을 찾고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하루 고작 많아야 1-2시간, 주 4번 정도 요가를 하면서 수련 좀 했다고 으스댄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스쿠터에 시동을 걸어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소란스러웠다. 샤워를 하고 곰곰이 앉아 감정을 정리해 보았다. 오늘의 워크숍은 분명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였고, 그 안에 소속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었다. 내가 요가를 통해 느낀 감정들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눠주고, 공유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우선 수련이 너무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주섬주섬 요가복을 주워 입고 가부좌를 튼 채로 거울 속의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도 요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뜬금없는 자문이었다. 내 인생에서 한 번도 고려 대상에 있던 직업이 아니었다. 지난 나의 삶은, 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밤잠 설치며 치열하게 노력하던 빡빡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런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어 내가 오늘 워크숍에서 느낀 마음들을 똑같이 다른 수련생들에게 전파해주고 싶다는 이상한 사명감 마저 들었다. 우선은 지도자가 되기 전에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요가에 대해 더욱 깊게 빠지고 싶어졌다.


 Life changing experience. '인생이 바뀌는 경험' 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고약한 회사생활 속에서 나는 한동안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항상 열심히 살아야 하는 목표가 있었고, 매년  계단씩 분명 성장하고 있었지만   없는 갈증은 계속 남아있었다.    미래가 확고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떠올려봐도 물음표였다. 그렇게 속이 시끄러울 때마다 나는 요가원을 찾았다. 수련을 하고 나면 휘몰아치던 마음은 사바아사나와 함께 고요를 맞이했다. 그리고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비로소 찾게 되었다. 확신이 서고 나니 막연하기만 했던 앞날의 먹구름이 걷히고 시야가 또렷해졌다.


새 노트 한 권을 꺼내 거침없이 향후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 기록을 했다. 우선은 내년의 지도자 과정을 목표로 올해 남은 기간에는 수련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며 정말로 내가 이 목표에 진심인지 알아야만 했다. 한 편으로 나는 치유와 반복되는 일상의 일시정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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