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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가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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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니타 Nov 09. 2021

너무 애쓰지 말자

꾸준하게 나만의 길을 걷기.

나는 요가를 할 때에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다. 우리 요가원에서는 선생님들이 '땀쟁이'라고 놀릴 정도로 아쉬탕가를 하든 하타를 하든 늘 나의 요가복이 흠뻑 젖을 때까지 땀을 똑똑 매트에 떨어뜨리고 나서야 사바아사나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재미 삼아 내가 요가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게 되었는데,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확인해보니 그 모습이 꽤나 가관이었다. 상상 속의 나는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수련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의 나는 부단히도 애를 쓰고 있었다.


- 차투랑가를 할 때는 어깨를 앞으로 더 밀고 팔꿈치의 정렬을 맞춰야 해

- 업독을 할 때에는 허리는 유연하게 가슴은 펴고 등은 조이는 힘을 써야지

- 전사 자세에서는 골반의 균형을 맞추자

- 전굴은 너무 나에게 아파, 하지만 좀 더 참아보자 나아지겠지

- 피크 포즈는 이걸 하려나 저걸 하려나.. 나 그거 못하는데..


즐기지 못하고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악을 쓰며 움직이는 나의 아사나는 기름을 잔뜩 부은 열정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한계치에서 '조금만 더 해보자'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모습이 영상 속에서도 역력했다. 할 수 있는 만큼에서 나만 아는 반틈의 노력으로 수련을 쌓아가면 되는 것을, 누구에게 증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듯 전투적으로 시퀀스를 '수행'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평소에 살아가는 모습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퍽 애잔해진 순간이었다.


아픈걸 늘 참고 버티며 무섭게 몰아세웠으니 당연 땀은 멈출 새가 없었고, 언젠가부터 수련을 하고 나면 마음이 복잡해지기 일쑤였다. 선생님들의 핸즈온을 즐겼던 나는, '내가 또 무엇을 잘못하고 있나?'라는 마음에 선생님이 곁으로 다가오시는 것 같으면 잔뜩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수련의 말미에 나의 부족하고 보완해야 될 점들을 따뜻하게 말씀해주시는 순간에도 '지적'받는 듯한 마음에 괜스레 주눅 드는 최근이었다.


오늘은 개인 수련을 끝내고 사바아사나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참아보려 할수록 눈 위에 가지런히 덮인 수건이 내 눈물로 젖어들어 눈꺼풀을 지그시 누를 때까지 걷잡을 수 없어졌다. 오늘도 귀중한 수련 시간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떼. 이 한 문장이 끝마치기 무섭게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그렇게 말없이 한참 고르지 못한 숨을 내쉬며 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나의 머리를 넘겨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던 선생님의 한마디를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사나를 잘하는 것보다, 꾸준하게 계속 수련할 수 있는 그 힘이 더 아름다운 거예요.'


퇴사 후의 나는 제법 용감했었다. 늘 열심히 발버둥 치며 하루를 살아가는 나에게 '스스로를 알아갈 시간'을 선물처럼 주고 싶었고,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었다. 고된 일상을 마무리 짓고 몸을 뉘이는 침대의 포근함처럼 나의 하루는 그렇게 따뜻하고 평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쉬는 동안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리라 마음먹었던 그 매 순간에도 결국은 애를 쓰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이 또한 나를 하나 더 알게 된 셈이라고 생각되었다. 요가도, 직장생활도, 인간관계도 지나치게 잘하고 싶었던 지난 모습은 잔뜩 굳은 어깨와 쉽게 열리지 않는 가슴이 말해주고 있었다.

너무 애쓰려고 할수록 부각되었던 나의 단점만 보고 자책하지 않아도 될 텐데, 나에겐 꾸준함과 그만큼의 성실의 시간들이 있으니 남들보다 느려도 결국은 해낼 수 있을 텐데. 오늘 오는 비에, 그리고 내 눈물에 그간의 근심이 씻겨 내려간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저 뒤에서 매일같이 매트를 깔고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훔치며 아사나를 '열심히' 하는 수련생일 것이다. 다만 애쓰지 말고 수련에 깊게 빠진 나의 호흡에 따라 몸과 마음이 열려 정화된 땀방울이 되기를, 점차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기도해본다.

이번 주의 나는 잠시 수련을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일상에서의 애쓰던 모습을 덜어내고 마음을 재정비하고 다시 성실한 나의 모습으로 다음 주 매트 위에 드리시티를 꿈꾸며 그렇게 성실하게, 조금씩, 꾸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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